보험료와 보험금이 낮은 ‘소액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이미 2022년 연간 가입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산가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는 초고액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1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한화·교보·신한·NH농협 등 5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가입금액별 계약 건수를 분석한 결과, 가입 금액(주계약 보험금) 5000만원 이하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2022년 38만5833건에서 지난해 70만5023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엔 48만8139건 판매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계약 건수는 100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5대 생보사의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58만339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57만5984건) 연간 계약 건수를 넘었고, 지난해(93만1359건)의 62.6%에 달했다. 가입금액별로는 △1000만원 이하(11만9955건) △1000만원 초과~5000만원(36만8184건) △5000만원 초과~1억원(7만3679건) △1억원 초과~5억원(2만656건) △5억원 초과~10억원(676건) △10억원 초과(249건) 등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험업계 안팎에선 ‘저출생과 1인 가구 증가로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와 올해 종신보험 계약 건수가 반등한 배경에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선풍적 인기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생보사들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10년 시점 환급률을 130%대까지 끌어올린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처럼 공격적으로 판매해왔다. 과당경쟁 논란이 불거지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자 이 상품의 환급률은 120%대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영업 현장에선 단기납 종신보험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신보험이 사망 보장에 더해 질병 보장과 연금, 저축 등의 기능을 강화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생보사들이 출시한 종신보험에는 △3대 질병 진단 시 보험금 선지급 △암 진단 시 보험료 납입 면제 △연금 전환 등의 특약이 붙어 있다. 이달 삼성생명은 사망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삼성 밸런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종신보험이 사망보험으로만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암보험이나 저축보험 등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며 “다양한 활용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소액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료와 보험금을 매우 높게 설정한 ‘VIP 종신보험’의 인기는 시들하다. 5대 생보사의 가입금액 10억원 초과 종신보험 계약건수는 2021년 699건에서 2022년 848건으로 반짝 증가한 후 지난해 731건, 올 상반기 249건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한때 가입금액을 높인 'VIP 종신보험'이 상속세 납입 용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가입금액이 낮은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