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갓 입사한 신입사원과 같습니다.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면 사용자가 명확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죠."
31일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AX시대, 질문의 격차 Homo-interrogans(묻는 인간)' 세션에서 이동하 연세대 AI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는 일부 영역에서 이미 인간을 앞지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2020년 출시된 GPT-3는 평균적인 인간의 능력을 넘었고 지난해 나온 GPT-4는 인간 전문가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발휘하는 역량은 사용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교수는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AI에 수학 문제를 풀도록 한다면 단순히 답만 물어보기보다는 풀이 과정을 적은 뒤 답을 도출하도록 주문하는 식이다. 비슷한 문제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재연 옐로우독 투자팀 파트너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례를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찾았다. '온라인 쇼핑도 빨리 배송받고 쉽게 반품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쿠팡과 '자동차를 꼭 소유해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공유경제로 풀어낸 '쏘카'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회사들은 일상의 문제를 발굴해 뾰족하게 해결했다"며 "좋은 질문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질문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하나의 현상을 그대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묘사하는 훈련을 제안했다. 그는 "일상의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질문 센스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가 만든 AI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AI 콘텐츠 서비스 제타를 개발한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도 좋은 질문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마다 질문의 역량이 다르다 보니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서비스의 자유도가 높아 사용자 역량에 따라 재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객관식 선택지를 제공하거나 스토리 전개를 제안하는 식으로 사용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AI 시대에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같은 기능을 써도 활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받는 혜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질문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하 교수도 "AI와 잘 소통한다는 것은 결국은 프롬프트(질문)를 잘 작성한다는 의미"라며 "미래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목받는 직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