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 판정문의 공개 범위를 다투는 소송이 2라운드를 맞았다. 재판부는 법무부와 론스타가 판정문 공개 범위를 논의한 '기밀 합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앞서 론스타는 외환위기 충격으로 2003년 당시 경영 위기에 빠진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거둬 '먹튀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 과정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2억1650만 달러를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판정문 원문을 2022년 9월 공개하면서, 공무원을 제외한 민간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을 비공개로 처리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법무부가 하나금융지주 임원 이름 및 한국 정부 공무원 이름을 선별적으로 지우고 공개했다"며 2022년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송 변호사 청구를 일부 인용해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은 제외하고, 하나금융지주 이사장의 이름 등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중재 당사자인 법무부와 론스타가 주고받은 기밀 합의를 제출하도록 했다. 합의 내용을 직접 보고 공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송 변호사에게는 당사자 간 기밀 협의를 전제로 한 중재 판정문의 공개 범위에 대해 다툰 해외 판례를 찾아 제출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를 위해 오는 12월 19일 변론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송 변호사는 변론 후 "국제중재에서의 투명성 보장이 굉장히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고, 국제중재라고 해서 비밀 유지로만 가는 게 아니다"며 "론스타 사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판정에 대해서 법무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도록 그 공개 기준을 법원이 명확하게 세워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