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대해 ’동맹의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거듭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공개된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비즈니스를 훔쳤는데도 우리의 보호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TSMC의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훔쳤다”고 묘사하면서 비용을 더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펑리안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미국은 항상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대만이 언제든지 ‘버리는 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바둑에 빗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이 더 큰 이익을 위해 대만을 희생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중국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10일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반발해 지난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안 문제를 경제문제로 치환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양안 갈등 해결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들어가면 중국에 관세를 150~200% 매기겠다”고 답했다. 무력 사용을 언급하지 않고 평소 관심이 많은 관세로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또 자신이 시 주석과 “매우 강력한 관계”라면서 “그는 나를 존중하고 내가 완전히 미쳤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대만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하는 중이다.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팟캐스트 발언에 대해 “미국의 성공적인 민주 선거를 기원한다”고만 했다. 황귀보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만이 미국에서 고가의 무기 시스템을 사들였다"며 이미 충분한 비용을 치렀다고 했다. 대만 정부는 최근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2.5%로 늘렸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요구하는 3%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와 별개로 미국 정부는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력을 제공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재임기간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했다. 마라 칼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기지 분산과 동맹강화, 대만군 개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만인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대만에 주재하는 미국대사 격인 레이먼드 그린 미국 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은 지난 28일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만 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