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에 키오스크 기계가 도입된 다음부터 혼자서는 매장에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그저 벽을 두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나이,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모두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필요합니다.”(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운영자이자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 중인 김한솔 오에스 스튜디오 대표는 31일 열린 ‘2024 글로벌 인재포럼’의 ‘인공지능(AI) 전환 시대의 디지털 격차’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기술 발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성인은 키오스크로 빠르고 정확하게 주문을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김 대표에게 키오스크는 오히려 장벽이다. 키가 작은 어린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 역시 높이가 맞지 않아 물리적인 불편함을 겪는다. 나이가 많은 고객은 키오스크 조작이 어려워 평소보다 주문 과정이 힘들어진다."사회 구성원의 기술 접근성 높여야"김 대표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는 디지털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장애인 비율은 53.9%에 달했다. 2022년 전체 국민 중 65세 이상 비율이 17.5%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의 고령층 비율이 높다. 정현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보접근성팀 팀장은 “일상생활에서 정보기술(IT)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사회 구성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건물 입구에 휠체어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처럼, 정보통신 제품 및 서비스에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경사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려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하는 밥솥’을 예로 들었다. 과거 국내 한 전기밥솥 회사의 내수용 제품에는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지만, 수출용에는 안내 기능이 들어 있었던 사례를 전하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사회 편익의 크기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출을 하기 위해 현지 규제 당국의 접근성 매뉴얼을 준수해야 했을 것”이라며 “제품 설계,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용자 모두를 고려한다면 기술 약자의 범위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발전은 나같은 장애인의 불편함을 덜어줄 것이 분명하다”며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도입되는 바로 그 시점부터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다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사회적 활동에 AI 활용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도입된 이후 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AI 기업을 표방하는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디지털 소외 계층 교육, 디지털 접근성 확대와 더불어 노인 및 장애인 돌봄에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독거노인의 정서 지원 프로그램에서 SK텔레콤의 대화형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I 상담사가 돌봄 대상자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고 불편 사항을 듣는 ‘AI 콜 케어’는 2021년 개시해 현재 전국 약 26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안부 전화에서 “목이 너무 아픈데 혼자서는 무서워 병원에 못 가고 있다”고 대답하면 AI가 이를 위험발화로 분류해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신청하는 식이다.
AI가 이미지, 문자, 얼굴 등을 분석해 음성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설리번 플러스’도 운영한다. 마트에서 물건 가격표 읽기, 산책로에서 장애물 인식하기 등 시각 장애인이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엄종환 SK텔레콤 ESG혁신 부사장은 “SK텔레콤은 AI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디지털 격차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라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