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차익 5억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청약이었는데 알지도 못하고 넘어갔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 공고는 건설사 등의 자체 홈페이지에서 하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30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있는 '별내 자이더스타' 전용면적 84㎡(7층) 계약취소분 물량의 무순위 청약을 자체 홈페이지에서 받았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인 사람과 세대주인 미성년자가 청약할 수 있었다.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고, 청약 재당첨 제한 등도 없었다.
분양가는 2020년 10월 최초 분양 당시와 같은 5억2000만원 수준이다.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11억7000만~12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아파트 시세 등을 감안해도 최소 5억~6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물건이다.
GS건설 측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청약을 진행한 것은 "청약홈 측에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 진행 시 동시 접속자 수가 많아 앞으로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하라고 요청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시세 차익 10억원 이상이 기대돼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불린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294만여 명이 몰리며 청약홈 접속이 마비된 사례도 있다.
청약홈을 관리하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동탄역 롯데캐슬 청약 당시 서버에 문제가 생긴 뒤 청약홈 시스템 전반을 점검 중이며 비규제지역 중에서 크게 수요자가 몰릴 우려가 있는 단지는 일정을 조금 미룰 수 있냐고 먼저 물어보고 있다"며 "사업자 일정이 촉박한 경우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어떻겠냐고 정중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별내 자이더스타 무순위 청약에는 5000여 명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 차익이 크게 기대되는 무순위 청약에 그동안 수십, 수백만 명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청약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약 제도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건설사들에 무순위 청약을 미뤄달라는 요청은 했다"면서도 "자체 홈페이지를 이용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청약 제도를 개선하려고 검토 중인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건설사들에 무순위 청약을 몇 달만 미뤄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비규제지역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때 청약홈 사용이 선택 사항이다. 따라서 자체 홈페이지를 이용한 청약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시세 차익이 크게 기대되는 물건의 무순위 청약을 수요자들이 거의 모르고 이른바 '깜깜이 분양'을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건설사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무순위 공급은 청약 정보 제한, 부적격자 계약 가능성, 사업 주체의 공급 절차 위반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적격 당첨자 사전 필터링에 한계가 있고, 청약 수요자 입장에선 청약 정보를 일일이 건설사 홈페이지 등을 찾아다니며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또 청약홈을 통해 진행되는 무순위 청약은 경쟁률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자체 홈페이지는 통상 청약 결과를 제공하지 않는다.
안정락/김소현/유오상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