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르코 카살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인공지능(AI) 부사장이 31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 세션에 온라인으로 등장해 유창한 한국어로 이같이 말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그가 ‘AI 영상 번역기’를 통해 목소리와 입모양에 맞춰 합성한 영상이다. 카살라이나 부사장은 이 지점이 AX(AI 전환) 시대 업무 현장에서 맞이할 ‘새로운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카살라이나 부사장은 그동안 AI가 글자면 글자, 음성이면 음성 등 하나의 수단으로 인간의 지시를 받고 그에 따른 수동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다양한 수단을 동시에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는 ‘멀티모달’이 기본 능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AI 비서(에이전트)의 등장이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카살라이나 부사장은 “이제 AI는 사무실에서 직접 행동하고, 생각하고, 학습하며 심지어 분석까지 해준다”면서 “비서 덕분에 여러분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션에 함께 참여한 신민호 포스코 디지털혁신실 리더는 포스코의 사내 GPT 플랫폼인 ‘P-GPT’를 소개하면서 “포스코는 철강 기업이지만 코딩에서 생산성이 나올 정도로 AI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AI가 이제 막 도입되고 있는만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리더는 “직원들이 AI를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라고 압박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챗GPT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 활용 플랫폼의 등장이 채용 담당자에게 오히려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능력은 있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는 지원자들이 채용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인재를 영입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영 LG CNS 생성형 AI 사업단장은 생성형 AI가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콜센터 같은 고객 응대 등 노동집약적인 분야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저 일을 AI로 전환하면 고정비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한다”며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기업과 쓰지 않는 기업 간 격차가 곧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단장은 디자이너들이 달리나 미드저니 같은 이미지 생성 AI를 이미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런 AI가 자신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의견을 들어보니 아니었다"면서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AI의 도움을 받았더니 한 달에 1개를 만들어내는 작업물이 10개로 늘어났는데, 이는 업무 생산성이 10배나 올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 연사는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도 변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오픈 마인드’를 강조했다. AI를 업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를 창의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채용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