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국내에 들여오고 유통하는 범죄를 첨단 기술로 잡아낼 수 있게 됐다. 마약을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 소형화물 검색용 복합 엑스레이 장비가 개발되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세청이 공동으로 추진한 연구개발(R&D) 사업의 결과물로, 11월부터 일부 도입돼 성능 검증을 거친 후 상용화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와 관세청은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한 관세행정 혁신 성과물을 시연하고 양 부처의 협력 강화를 위한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 2.0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부처는 과학기술 기반의 세계 최고 수준 관세행정 구현을 목표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 1.0 사업'을 공동 추진했다. 사업에 따라 만들어진 관세행정 혁신 성과물을 공개하고 이번에 공개했다.
이날 시연에선 소형화물 검색용 복합 엑스레이 장비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기존 외국 장비는 캐리어 등 물품 내부를 빛 투과 방식으로 판독했다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이 장비는 산란형 방식을 사용해 물품의 판독 능력을 고도화했다. 마약처럼 밀도가 낮은 물질도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부산국제우편센터에 시제품을 설치하고, 11월부터 실제 우편물을 대상으로 판독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실증이 끝나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소형 수화물 검색기도 100% 국산 장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편으로 반입되는 소형 화물에 은닉된 마약류를 적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내 마약이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확산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분산 카메라 환경 우범여행자 식별·추적 시스템도 주목을 받았다. AI 기반 우범여행자 식별·추적 시스템은 공항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 AI가 자동으로 손쉽게 우범여행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우범여행자에 대한 대응력 강화뿐만 아니라 감시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엑스레이 장비를 담당하는 직원의 판독 작업을 돕는 트레이닝 시스템, 은닉물 탐지 대인용 테라헤르츠파(THz) 검색 장비, 생체신호 및 얼굴표정 기반세관검사대상 여행자 선별기술, 컨테이너 화물 검사용 탐사로봇, 세관 통관 물품 3차원 방사선 복합 탐지 장비가 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성과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마약의 반입차단 등 공공서비스를 첨단화하고 국민 건강과 사회안전을 지키는 좋은 연구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출연연구기관 등 첨단기술을 가진 기관과 관세청과의 협력을 통해 관세행정 서비스 향상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급변하는 무역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이 필수"라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