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재고조정에 원통형 전지 부진…삼성SDI 목표가 '줄하향' [종목+]

입력 2024-10-31 08:08
수정 2024-10-31 08:41
증권가가 부진한 3분기 성적을 내놓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원통형 전지(배터리)를 구매하는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의 재고 조정 여파가 컸다. 4분기에도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의 영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이 나타나는 데다, 내년에는 전기차 수요 성장도 회복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삼성SDI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NH투자증권(53만원→48만원)과 하나증권(64만6000원→46만7000원), 키움증권(49만원→47만원)이 해당 기업 목표주가를 내렸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44만원에서 5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SDI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0만5900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세 곳이 목표주가를 내린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삼성SDI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발표 직전에 집계된 영업이익 컨센서스 1367억원을 4.97% 밑돌았다.

원통형전지 부문이 가장 큰 실적 부진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출 비중 23% 가량인 소형전지 부문이 리비안의 재고 부담으로 출하가 급감해 매출이 직전분기 대비 31% 감소했다”며 “전동 공구 수요 부진 역시 지속돼 영업이익률이 1.1%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인한 소형전지 부문의 부진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고객사 재고조정 영향으로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그에 따른 적자폭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ESS 분야의 성장이 실적의 추락을 막았다는 평가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ESS용 전지 부문에 대해 “전력 수요 급증세의 영향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직전분기 대비 출하량이 30% 개선됐고, 영업이익률도 5%포인트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삼성SDI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21억원이지만, 실적 발표 직후 나온 추정치는 여기에 크게 못 미쳤다. NH투자증권은 1206억원을, 미래에셋증권은 1130억원, KB증권은 1180억원을, 하나증권은 1273억원을, 키움증권은 1044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대체로 반토막 이하 수준이다.

주민우 연구원은 “소형전지 판매 둔화로 적자가 심화되고 자동차 전지 수익성 역시 재고조정 여파로 추가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두 번째로 낮게 제시한 미래에셋증권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업황 부진의 시기에 삼성SDI가 투자를 늘려나가는 데 주목했다. 그는 “유럽 신생 경쟁자를 포함해 글로벌 경쟁자들의 투자가 축소되는 중에도 삼성SDI는 안정적인 신규 수주를 바탕으로 계획했던 증설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른 형태에서 각형 배터리로의 전환 프로젝트들을 지속적으로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목표주가를 내리지 않은 KB증권도 “전기차용 전지 분야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매출 규제 영향으로 현지 완성차업체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기대된다”며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 가동이 시작돼 외형 성장과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령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