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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주가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시간외거래서 3% 안팎 하락했다. 내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투자자의 불안감을 자극한 탓이다. 최근 혼합현실(MR) 스마트 안경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메타버스 사업부 적자폭도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메타는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405억8900만달러(약 56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402억9000만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35% 늘어난 157억달러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시장 전망치 136억달러를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EPS)은 6.03달러를 기록했다.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0.25% 하락한 591.8달러로 거래를 마친 메타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3% 안팎 하락했다.
시장은 메타가 대규모 AI 구축 비용을 계속 충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메타는 올해의 총지출이 960억~98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당초 메타가 내놨던 전망보다 10억달러 낮다. 다만 메타가 내놓은 “내년에는 인프라 비용 증가가 크게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경고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특히 디지털 광고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 성장률이 15%에 그쳤는데, 중국 테무·쉬인 등 e커머스 플랫폼의 광고 지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광고 매출은 메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투자자들은 디지털 광고 매출 비용이 곧 메타의 AI 투자 비용에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재스민 엔버그 이마케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타는 내년에 상승하는 AI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핵심 광고 사업의 약화는 투자자들이 메타의 AI 베팅에 대한 수익을 계속 기다리면서 불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한 혼합현실(MR) 스마트안경 ‘오라이언’을 주관하는 메타버스 사업부 ‘리얼리티 랩스’의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3분기 리얼리티 랩스의 영업손실은 44억2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3% 늘었다. 다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손실이 줄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앱과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AI의 발전으로 좋은 분기를 보냈다”며 “생성형 AI 모델과 스마트 안경에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