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이 최종 장만 남겨뒀다. 올해 세계 최고의 LoL e스포츠 팀이 결정되는 대망의 결승전이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국내 리그 LCK 대표인 T1이 중국 리그 LPL의 빌리빌리 게이밍(BLG)과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T1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3년 연속 월즈 결승에 올랐다. 작년에 이어 2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T1은 지난 27일 열린 4강전에서 젠지 e스포츠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 대 1로 승리했다. T1은 2023년 MSI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이날까지 젠지에게 매치 10연패 중이었다. T1과 젠지의 대결에서 특히 4세트 T1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의 ‘강심장’이 주목받았다.
류민석은 4경기에서 레드 진영 마지막 다섯 번째 픽으로 파이크를 뽑았다. 해당 세트를 이기면 결승에 오르지만 패배하면 5세트로 가는 갈림길에서 승부수를 꺼낸 것이다. 파이크는 강력한 기동력을 기반으로 잘 풀리면 영향력이 막강한 챔피언이다. 하지만 낮은 체력과 방어력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한계가 명확하다. 소위 ‘시간제한’이 있는 카드에 해당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택한 류민석의 결단은 결국 결승 진출로 돌아왔다. 젠지는 파이크라는 조커 카드에 크게 흔들렸다. 이번 대회에서 파이크는 딱 두 번 등장했다. 사용한 선수는 모두 류민석이다. 그만큼 젠지가 파이크를 상정한 연습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민석은 경기 초반부터 그랩 스킬을 활용해 상대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의 점멸을 뽑아냈다. 상대 바텀 듀오가 위축된 상황에서 탑과 미드를 종횡 무진하며 젠지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이를 바탕으로 T1은 시야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며 젠지를 갉아먹었다. 결국 젠지의 넥서스를 파괴하며 3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4세트가 종료된 직후 류민석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높은 벽처럼 보였던 상대를 월즈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꺾은 것에 대한 벅찬 감정을 내비쳤다. 이는 역으로 말해 그만큼 간절함과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리스크가 큰 선택을 할 정도로 ‘강심장’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류민석의 이런 과감함은 결승 상대인 BLG에게도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팬과 전문가들은 결승전의 핵심 라인을 서포터로 꼽고 있다. BLG의 서포터 ‘온’ 러원쥔은 기복이 심하지만 그만큼 고점이 높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시그니처 픽인 라칸을 잡았을 때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류민석이 어떤 카드로 온의 저점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한편 T1이 올해도 우승 컵을 들어 올릴 경우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또 한 번 2연속 월즈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이 경우 ‘제오페구케’(‘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류민석) 다섯 선수는 같은 로스터로 세 번의 결승,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