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삼성SDI가 돌파구로 미국 투자 확대, 새로운 폼팩터 양산,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중 확대 등을 제시했다. 투자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대상 지역과 분야를 늘려 시장 침체를 이겨낸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72.1% 감소했다. 소형 전지 부문 수익이 악화하고 유럽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은 “유럽 수요 둔화와 환율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내년에는 실적 반등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거점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라며 “단독 공장을 짓거나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텔란티스와 만든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생산 공장은 12월 가동에 들어간다. 순차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연간 33기가와트시(GWh)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회사는 2027년 뉴욕 칼라시에 설립한다. 연 27GWh 규모다.
차세대 폼팩터로 각광받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예정대로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주요 자동차 회사들과 46파이 공급을 협의 중이며 연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SS 매출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ESS 생산 거점을 미국에 세워 미국 전력망 회사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삼원계 기반 ESS를 주로 만든다. 2026년까지 싸고 안정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도 생산할 예정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