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中에 45.3% 관세 폭탄…'반사이익' 현대차, 친환경車 액셀

입력 2024-10-30 18:51
수정 2024-10-31 01:37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로7 시행 시점(2026년 11월)보다 1년 앞선 내년 하반기에 이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내놓기로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년이 유럽 시장을 파고들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등 유럽 메이커들은 최근 몇 년간 발 빠르게 성장한 중국 전기차로 인해 경쟁력을 잃은 상황.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이 29일(현지시간)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45.3%로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향후 중국 전기차 점유율이 대폭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빈 틈을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유로7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신형 코나 내년 11월 양산 목표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 4일부터 유로7 규정을 맞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내연기관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시제품을 조립한다. 현대차는 내년 5~6월 개발을 끝마친 뒤 내년 11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신형 코나 개발이 끝나는 대로 현대차·기아의 다른 차종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첫 모델로 코나를 꼽은 건 유럽에서 잘 팔리는 차종이어서다. 코나는 올해 1~9월 유럽 시장에서 6만2021대가 팔렸는데 이 중 78%인 4만8635대가 전기차(2만2789대)와 하이브리드카(2만5846대) 모델이었다. 판매량으로 보면 투싼(5만3120대)보다 적지만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투싼(56.1%)보다 훨씬 높다.

현대차그룹이 유로7 차량 개발에 나선 건 뒷걸음치고 있는 유럽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기아의 1~9월 유럽 시장 판매량은 82만1925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 시장 점유율(8.4%)도 0.4%포인트 내려갔다.

EU가 유로7에 비(非)배기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처음 도입하면서 자동차업체마다 막대한 기술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유럽 완성차 업체는 150억유로(약 22조원)의 벌금을 내거나 250만 대가 넘는 차량 생산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로7은 배기가스 입자 수 측정을 기존 PN23(공칭압력 2.3MPa) 대신 더 작은 PN10 수준에서 측정하도록 기준을 높였다.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미세입자 등 비배기 오염물질 배출 기준도 처음 적용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카·연료전지차는 타이어나 브레이크의 미세먼지(PM10)가 ㎞당 7㎎을, 순수 전기차는 3㎎을 넘어선 안 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배터리가 담보해야 할 최소한의 내구성도 명시했다. ○혼돈의 유럽 자동차 시장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전기차의 공습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뛰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유럽 1위인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내 공장 세 곳을 폐쇄하고 임금 10%를 삭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낼 정도다. 중국 차는 1년마다 신차를 내놓고 있지만 유럽 차는 신차 개발에 4년이 걸리는 등 기술 혁신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관세를 끌어올린 이유로 들었지만, 속내는 유럽 자동차 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유럽 차 경쟁력이 추락한 가운데 중국 차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온 셈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전 라인업에 걸쳐 유럽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출시 속도를 끌어올려 2035년까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내놓기로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