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축소' 경쟁 나선 은행권

입력 2024-10-30 17:43
수정 2024-10-31 01:09
정부가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구축한 비대면 대환대출(갈아타기) 인프라가 취지와는 반대로 은행들의 ‘대출 축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차주가 대출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 자금이 유출되기 쉽게 만든 반면 다른 은행의 대출이 자사로 유입되는 것은 금리 인상, 판매 중단 등을 통해 막고 있다. 가계대출 축소를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월 한 달 동안 가계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정책대출과 유동화대출 등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이 적용 대상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가 은행에서 빌린 돈을 3년 안에 갚으려고 할 때 은행이 부과하는 수수료다. 차주가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다른 은행의 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도록 대출을 묶어두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면제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모두 면제하겠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표면적으로는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연중 내내 급증해 온 가계대출을 사후적으로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다.

두 은행 모두 작년 말과 비교한 가계대출 증가액이 금융감독원에 경영계획으로 보고한 올해 목표치를 웃돈다.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지 않으면 내년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12종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가 구축한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 전용 신용대출 상품도 한 개만 제외하고 판매가 일제히 중단됐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