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채용·해고까지 하는 시대…'인간 중심적 모델' 만들어야"

입력 2024-10-30 16:56
수정 2024-10-30 17:37

직원을 채용하고 평가하는 인사 업무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의 인력 관리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편향된 데이터에 따른 불공정한 평가, 비인간적이고 경직된 업무환경 등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유럽 경영 전문가들이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기업과 정부가 '인간중심적인 AI 고용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 이유다.

이수희 영국 켄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AI 기반 고용서비스 사례: 도전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직원 고용, 일자리 매칭, 성과 평가, 해고 등 기업의 모든 인사 업무가 AI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기업 유니레버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유니레버는 자체 개발한 AI 고용 프로그램과 SNS 등을 연동해 적절한 인재를 찾고, 이력서를 평가한다"며 "그 결과 채용 절차를 평균 4개월에서 2주로 줄이고, 비용을 100만 파운드 이상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이 교수는 "직원들이 AI 업무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목적만 좇는다면 거대한 기계의 나사처럼 돼 버려 업무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며 "AI에 의사결정을 떠넘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관리자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에 의존하다 보면 창의적인 도전과 실패가 결여된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 가능성 부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후안 이반 마르틴 라타이스도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자체가 편향될 수 있다"며 "자신이 선진국에 사는지 개발도상국에 사는지, 관리직인지 아닌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등에 따라 AI의 영향을 다르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미겔 페로밍고 전 독일 노동사회부 선임 컨설턴트도 "유럽 각국이 공공고용서비스(PES)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반발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AI가 편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간성을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직원들이 AI에 매몰되지 않고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AI 모델 설계 시 불공정한 차별,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라타이스도 "일부만 AI의 혜택을 누리고, 다수는 피해보는 세상을 만들지 않도록 효율성과 포용성 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