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철이 '지옥2' 촬영을 앞두고 10kg 가까이 감량하며 몰입했던 순간을 전했다.
김성철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시즌2(이하 '지옥2') 인터뷰에서 "피폐한 모습을 보여주려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며 "(유)아인 형과 비교는 피할 수 없고, 할리우드 티모시 샬라메가 정진수를 연기한다고 해도 비교가 됐을 것"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김성철은 그러면서도 "처음 촬영할 때 (문)근영 누나의 분장을 보고 '큰일 났다' 싶었다"며 "'살을 더 빼야겠다' 싶더라.(웃음) 다른 분들 촬영하는 거 보면서도 '더 준비해야겠다' 싶더라. '큰일 났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결과물을 보면서 다시 감탄했다. '저분들은 저렇게 계속 저렇게 살아계신 걸까' 싶었다"고 함께한 동료들에게 호평을 보였다.
김성철은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분)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옥'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재밌게 봤다"고 평했을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지옥2' 촬영을 앞두고 불거진 주연 배우 교체는 우려로 꼽혀 왔다. 시즌1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은 '지옥2' 촬영을 앞두고 모발에서는 프로포폴을 비롯해 대마, 케타민, 코카인까지 총 4개 마약 성분에 양성 반응이 나왔고, 프로포폴을 2년의 기간 동안 100회 넘게 투약하고, 중독성과 부작용 때문에 3대 마약이라 불리는 코카인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성철은 유아인 대신 정진수로 발탁돼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이런 반응에 김성철은 "그조차 영광"이라고 말하며 정진수 그 자체에 몰입한 시간을 들려줬다.
이와 더불어 '지옥2' 촬영 후 '티라미수케이크'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월드와일드 숏폼 스타로 등극한 것에 대해서도 "이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김성철과 일문일답
▲ '지옥2' 공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체감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고 있다. 반응이 다 좋을 순 없다. 물론 내가 선택할 길이고 책임져야 할 길이지만, 전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평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 시즌1이 정진수의 시연이었고, 시즌2의 시작은 정진수의 시연 이후였다. 연결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 같다.
그래서 그 장면을 어떻게 할지 (연상호)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제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려면 제가 직접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로인한 비교는 어쩔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중요하게 생각한 원작에 그대로 가려고 했다. 첫 대본은 시즌1의 대사가 그대로 있었다. 그걸 새로 읽으려고 해도 아인이 형이 보이더라. 그래서 원작을 다시 봤다. 원작의 것의 최대한 가져가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대본도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시즌1에서는 생략된 대사도 있고, 주안점이 달랐다. 시즌2에서는 최대한 웹툰 대사를 그대로 가져왔고, 촬영할 때도 다 이어서 했다.
▲ 연상호 감독이 '배우로서 좋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고. 본인은 그런 걱정이 없었나.
캐릭터성이 더 중요한 거 같다. 시청자들에게 제가 생각한 정진수를 보여드려야 했고, 그런데도 제가 연기하는 걸 보여드려야 했다. 시즌2 대본을 다 보고 정진수를 하기로 했다고 결심했다. 시즌1 정진수는 거짓의 가면을 썼다면 시즌2는 깊은 내면을 드러냈다. 보다 나약하고 인간다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초반에 더 중점을 뒀다. 또 시즌1을 재밌게 봤고,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비교를 당한다는 거 자체가 감사하다. (유)아인이 형은 오래 일했고, 많은 작품을 해왔고, 좋은 배우라 생각했다. 제가 아니더라도 할리우드 티모시 샬라메가 해도 비교를 당했을 거라 생각한다.
▲ 부활 후 노출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장면이 부담이 돼서 '엉덩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제가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오히려 '컷팅'을 많이 했다. 근육도 빼고, 피폐함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만 열심히 했다. 퍼석퍼석함을 보여드리려 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10kg 정도를 뺐다. 촬영을 하면서 식단도 계속했다. 촬영장에서 거의 안 먹었다. 그런데 정진수를 연기하다 보면 식욕이 없다.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엄청나게 어렵지 않았다.
▲ 그 스틸이 대대적으로 공개됐다.
너무 싫었다.(웃음) 연기는 연기지만, 너무 부끄럽다. 큰일 났다 싶었다. 그 스틸 공개 이후 6개월간 다른 게 공개가 안 됐다. 옷을 입은 멀쩡한 정진수는 없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그게 강렬했고, 정진수의 부활이 시즌2에 중요한 시점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도 '지옥2'를 극찬했다. 김성철이 '고생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가 해내고, 못해내고 자체가 아니라 '고생했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정진수가 가진 위압감으로 눌러버려야 해서 눈빛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이를테면 '나는 너보다 우월해'라는 눈을 가진 거다. 그게 거짓말이라도 남들 앞에선 그런 거다.
▲ 시즌1까지 내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나.
그러면 너무 달랐을 거 같다. 시즌1은 그 자체로 좋았다. 앙상블도 좋았고, 그런 관계가 신박했다. 1, 2, 3부에서 유아인 선배가 한 정진수가 예리했고, 그래서 4, 5, 6부에서도 정진수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전 시즌1은 제가 못했을 거 같다.(웃음)
▲ 시즌2의 정진수는 어떤가.
뭔가 더 옹졸해 보이고, 사기 치는 건가 싶지만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게 저의 목표였다. 그걸 다른 배우들이 리액션을 잘해주셔서 상쇄된 거 같다.
▲ 다른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처음 촬영할 때 (문)근영 누나의 분장을 보고 '큰일 났다' 싶었다. '살을 더 빼야겠다' 싶더라.(웃음) 다른 분들 촬영하는 거 보면서도 '더 준비해야겠다' 싶더라. '큰일 났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결과물을 보면서 다시 감탄했다. '저분들은 저렇게 계속 저렇게 살아계신 걸까' 싶었다.
▲ 왜 '지옥'이 좋았을까.
흔히 생각하는 모습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지옥사자라는 설정도 특이하다. 저의 종교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세계관 자체가 재밌었다. 결국엔 정진수가 지옥사자가 됐는데 대본을 보면서 제가 '원래 인간이었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질문했는데 감독님은 애매모호하게 답을 주셨다. 그래서 '빨리 답을 달라'고 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하고.(웃음) 그런데 정진수의 지옥사자는 조금 다르다. 체구도 작고. 대규모의 시연이 이뤄지는데, 많은 지옥사자가 있었고, 그래서 혹여라도 '지옥3'가 나오면 변신하는 정진수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물론 바로 묵살하셨다.
▲ 지옥사자로 변하는 모습은 분장으로 구현한 것일까.
스티커를 붙여서 찍고, 나중에 VFX를 덧붙였다. 저도 '나중에 이게 될까' 싶었는데, 그게 잘 붙더라. 신기했다. 원래 연상호 감독님이 테이크를 여러 번 안가는데, 그건 꽤 여러 번 찍었다. 거대한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걸 상상하면서 찍었다.
▲ 연상호 감독은 김성철 배우의 '데스노트'를 보며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만화가 원작인 건 '데스노트'가 처음인데, 너무 재밌었다. 때마침 앙코르 공연 준비 중에 '지옥2' 얘기를 듣고, 웹툰을 보니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 만화 캐릭터를 또 하면 재밌을 거 같았다. 원작이라는 거 자체가 수많은 수정을 통해 만들어낸 거고, 그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있을 거 같았고 원작은 느낌이 달랐다. 매체와 무대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건 제 욕심이다. 무대에 있을 때 에너지를 발산하면 체력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소모하고 발산해야 정신건강에 좋은 거 같다. 지금은 '지킬앤 하이드'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20주년이라 '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나' 싶지만, 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 '지옥2'에 캐스팅 됐을 때와 다르게 '티라미수케이크'로 월드와이드 스타가 됐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웃음) 2018년에 한 작품에서 나온 장면이 6년이 지나 회자하는 게 영광이 된 일이다. 이걸로 월드스타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곧 지나갈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로 광고는 찍었지만, 제 스스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제가 말한 건 아니다. 다시 한 챌린지는 '이걸로 끝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래서 화보 촬영 김에 노래도 다시 하고, 다시 찍은 건데 그게 또 회자가 된 거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을 재밌게 보면서 '밤티라미수케이크'가 나온 걸 보고, '또 할까' 조금 생각하긴 했다. '흑백요리사'가 너무 재밌다.
▲ '지옥2'를 마친 후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
이걸로 인해 '뭐라도 할 수 있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싶다. 어릴 때, 입시할 때 '연기는 도를 닦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 말이 마음에 막혀 있다. 큰 도전이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도전을 할 거고, 새로운 장르에 계속하고 싶다.
▲ 올해 바빴는데, 내년은 어떨까.
올해 진짜 바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지옥2'를 찍고 첫 한 달은 빨리 2024년 10월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도 2달 정도 쉬었다. 리플래쉬 하고, 달려 나가려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