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주택에 대한 사고의 전환 [이지스의 공간생각]

입력 2024-10-30 10:36
이 기사는 10월 30일 10: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문제는 속도다.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도달 속도는 OECD 주요국에 비해 매우 빠르다.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 소요연수는 영국 50년, 미국 15년, 독일 36년, 일본 10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7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토록 빠른 초고령사회 진입은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예고한다. 저출산과 맞물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미래 세대의 부담은 늘어나는 복지비용, 의료비용과 함께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 개발 트렌드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노인복지주택(이하 시니어주택)이다. 국내에서 시니어주택 개발 사업은 고금리 장기화와 주거시장 침체로 인한 분양사업의 대안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시니어주택은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니어주택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분도 종종 있다. 커뮤니티 시설을 잘 갖추고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개발되는데 시니어주택이 굳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니어주택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투자 관점과 폭넓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관점으로 만들어진다. 고령층에 특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무엇보다 시니어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교감, 그리고 존중으로 지킬 수 있는 자존감 등을 채워주는 공간이 아니다. 아파트 커뮤니티 이용 관련 의견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파트에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오롯이 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초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시니어주택은 어떤 기능을 할까? 시니어주택의 역할은 고령자를 위한 단순 주거 기능만이 아니라 건강한 식사, 운동, 커뮤니티, 케어 등 고령자가 보다 오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 사후적 치료에 의존하는 사회복지 재정을 관리와 예방으로 돌려 재정 건전성에 도움을 주고, 우울증, 고독사 등 사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될 것이다.

시니어주택에 대한 관점을 ‘시니어 레지던스’의 관점에서 ‘시니어 리빙’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의미상 비슷해 보이지만 시니어리빙은 물리적 관점의 부동산보다 그 안에 살아가는 시니어의 삶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지어지고 있는 시니어주택의 대부분은 단지형보다 별동형이고, 개방형보다 입소자 이외 사람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한 폐쇄형으로 이용되고 있다. 시니어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시니어리빙 관점이라면 다양한 세대가 공간을 공유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고령층이 속한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그들이 존중을 받고 소속감을 느끼며, 자아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