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은 기업이 어려울 때마다 함께 걱정하며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독특한 ‘기업 사랑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울산공업축제를 통해 결집된 울산시민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5년 만에 부활한 울산공업축제는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산업수도 울산의 과거 60년을 기억하면서 새로운 미래 100년을 열어가는 기업과 시민 간 화합의 장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적극적인 친기업 정책으로 주목받는 김 시장의 기업사랑은 유별나다.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고려아연 등 울산에 사업장을 둔 주요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그 회사의 근무복을 착용한다. 그는 “인구 소멸 시대를 맞아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고, 이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 바로 기업 활성화”라며 “기업이 잘될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공업 축제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달 10~13일 나흘간 열린 울산공업축제는 울산의 ‘부활’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성공이었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울산사람입니다. 그래! 역시! 울산!’을 주제로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준비했는데, 나흘간 약 100만 명이 찾았습니다. 축제의 백미인 ‘거리 행진’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직접 참여했고, 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거리 곳곳에서 응원하며 동참했습니다. 공업탑에는 1967년 제1회 공업축제 당시 시계탑사거리를 생생하게 재현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축제의 역사성을 더했습니다. 이번 축제는 울산이 공업도시에서 친환경 산업수도로, 일만 하는 도시에서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꿀잼도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울산시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울산시장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주식 갖기 운동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은 순수하게 지역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울산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는 현재 1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2차전지 분야 육성을 위해 울산에 2조원 넘는 신규 투자를 했습니다.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 본질적 목표인 사모펀드 운용사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보유한다면 울산 고용시장과 지역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매우 큰 것입니다.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등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울산의 산업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한 달여간 50여 개 지역 시민단체 회원 1000여 명이 매일 시청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울산의 일터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모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울산시의 친기업 정책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두겸표 친기업 행정’이라는 칭호가 붙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며 그동안 과감한 규제개혁과 친기업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2024년 4월 투자 유치액이 처음 20조원을 돌파했고, 9월 말 기준 총 22조6734억원의 투자와 함께 약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이를 민선 7기(2018년 7월~2022년 6월) 4년간 실적과 비교해보니, 투자금액은 148%, 고용인원은 111%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반기에는 어떤 투자 유치 전략을 계획하고 있나요.
“울산 1호 그린벨트 해제지(옛 다운목장)를 탄소중립 도심융합특구로 조성한 것처럼 개발제한구역 추가 해제를 가속화하면서 각종 규제 완화와 조세 부담금 감면을 위한 신규 산단·특구 조성에 매진하겠습니다. 경제자유구역 확장에도 나서고 있는데, 지난 9월 KTX 울산역 복합특화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 이전·투자기업에 각종 조세 혜택을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적극 나서 ’투자하기 좋은 울산‘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분산에너지 1호 특구지역으로도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내년 상반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공모 지정하고, 이후 2026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울산시는 올해 안에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 관련 조례를 제정해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지원 근거를 명문화할 계획입니다.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지역별 발전단가를 반영해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지역의 전기요금이 더 인하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원전 지역의 다변화와 국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산업부 입장은 지역을 크게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개로 나눠 차등요금제를 우선 시행하고 향후 지역을 더 세분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비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으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취지가 사실상 실현되지 않습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매우 더디고 ‘생산지 요금을 더 싸게’라는 특별법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울산시는 수도권-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별 전기요금 산정 시 송·배전 비용과 지역별 발전단가를 포함한 총괄 원가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4년 뒤에는 울산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립니다.
“지난 9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76차 국제원예생산자협회 총회에서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울산시는 지난 2년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를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선 덕분에 울산시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이 전국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과거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은 이제 1급수 생태하천으로 변신해 세계 조정경기대회와 윈드서핑, 카누 등 다양한 수상스포츠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울산 국제정원박람회는 2028년 4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되는데 이 기간 13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울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30년 넘게 방치돼 폐허가 된 태화강 하류 삼산·여천 쓰레기 매립장을 정원으로 바꿔 박람회 개막식 등 주요 행사 장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태화강 정원에 삶, 여유, 공간, 느림의 철학을 담아 전 세계 방문객에게 기쁨을 선사하려고 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울산시민이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문화, 체육, 관광, 서비스 쪽으로 정책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 청년과 여성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겠습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