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복귀가 불발됐다. 법원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자신을 "어도어 대표이사로 재선임해 달라"는 가처분을 각하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 등 가처분을 각하했다. 각하란 법원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다음달 1일부로 어도어의 사내이사 임기 3년이 끝나는 민 전 대표는 이달 17일 주주총회에서 어도어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어도어는 30일 민 전 대표를 어도어의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놓고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하이브를 상대로 주주간계약에 따라 하이브가 지명한 어도어의 사내이사 3명이 이사회에서 안건에 찬성하도록 지시하라는 내용으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다만 어도어는 민 전 대표와의 신뢰 관계가 파괴됐다며 대표이사 선임은 불가능하다고 맞선 바 있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맺은 주주간계약에는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2021년 11월 2일부터 5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의 이사회에서 하이브가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민 전 대표가 가처분을 신청할 법적인 이익이 없다는 차원에서 각하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사들에게 업무 집행을 지시하더라도 이사들은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독립적으로 안건에 대해 찬반을 판단해야 한다"며 "가처분을 명령해도 법적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가처분을 통해 보호되는 민 전 대표의 권리도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프로큐어(procure) 조항의 효력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이를 가처분 단계에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프로큐어란 주주가 자신이 지명한 이사가 특정한 업무 집행 관련 행위를 하는 것을 정한 규정이다.
재판부는 "이 조항의 유효성은 본안 소송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되어야 하고, 가처분 단계에서는 유효성을 전제로 이행을 명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이행할 근거(법원 선례·학계 논의)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하이브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어도어 정상화, 멀티레이블 고도화, 아티스트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주주간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이브와 하이브가 선임한 어도어 이사들이 주주간계약을 위반해 민 전 대표를 재선임하지 않을 경우 계약 위반에 따른 민 전 대표의 권리를 행사할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