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러 기술협력으로 정찰위성 발사 다시 준비 중"

입력 2024-10-29 17:48
수정 2024-10-30 01:05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최근 실패한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 준비에 다시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달 5일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 측이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군사정찰위성을 다시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지난 5월 발사한 정찰위성은 엔진 문제로 비행 중에 공중 폭발했다. ‘올 한 해 정찰위성 3기를 쏘아 올리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언에 따라 두 번째 발사 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이 심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에 액체산소와 등유를 조합한 연료를 사용했다. 해당 연료 및 엔진과 관련해 러시아는 높은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날 국정원 역시 파병 대가와 관련해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기술 이전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소식이 내부 주민들에게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파병 사실 유출을 막기 위해 군 장교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병사들에 대한 입단속에 나섰다. 파병 군인 가족에게는 “훈련하러 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미 파병 소식은 북한 내부에서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과 군인 일부는 “왜 남의 나라에 가서 희생해야 하나” “차출될까 두렵다”며 동요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파병된 북한 병사들에게 러시아어로 ‘위치로!’ ‘포격!’ 같은 100여 가지의 군사 용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의원은 “북한군이 이런 (러시아어) 용어를 어려워하고 있다”며 “향후 북한군과 러시아군 간 소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국정원의 분석을 전했다.

또 김정은은 최근 암살 가능성을 의식해 드론 탐지 장비를 도입하는 등 경호 수준을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올 들어 110회로, 지난해에 비해 약 60% 증가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