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를 누비는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한국 제품에 관심이 있는 유럽 바이어 등 3000여 명이 오스트리아 빈에 총집결했다.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오스트리아센터에서 개회식을 열고 닷새간 일정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개최된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중 최대 규모로 K중소기업만 예년의 10배가 넘는 400곳이 참여했다. 이번 대회 개막 전 개별 미팅을 통해 계약된 수출 금액만 280억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경제 DNA 살리는 계기”미국과 아시아 등에서만 열리던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유럽에서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번 대회가 잠재돼 있는 한국인의 경제 DNA를 깨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K중소기업 제품이 유럽 시장에, 유럽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이 경기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열기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대회 시작 전 사전 미팅에서 현지 바이어와 재외동포 기업인이 구매하기로 한 K중기 제품 계약 금액만 278억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화장품 등 K뷰티와 주얼리, K푸드 관련 제품의 납품 계약이 잇따랐다. 대륙별로는 이번 대회 개최지인 유럽에서 10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고, 북미(450만달러)와 중동(200만달러) 등에서도 계약이 이어졌다.
월드옥타는 29~31일 열리는 한국상품박람회 이후 수출 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모여든 바이어와 K중기 간 수출 상담이 2500여 건 잡혀 있다. 월드옥타는 이번 대회에서 1000억원 이상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영산그룹 회장)은 “유럽 큰손이 대거 참석한다”며 “K팝·푸드·뷰티 열풍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위상 높아진 K뷰티·주얼리이날 행사에 참여한 재외 한인 기업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인 K열풍과 맞물려 주로 한인이 구매하던 한국 제품이 현지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 분야가 화장품과 주얼리다. 독일에서 주얼리 유통 사업을 하는 이은주 월드옥타 프랑크푸르트지회장은 최근 취급 품목을 프랑스 제품에서 한국 제품으로 대부분 바꿨다. 프랑스 제품 대신 한국 주얼리를 찾는 10~40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한국상품박람회에 참여한 제이에스티나 등과 여러 번 미팅을 잡아놨다”며 “K주얼리를 전 세계 시장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빈의 명동’ 격인 인네레슈타트 지역에 들어선 오스트리아 최초의 한국 화장품 매장 미모미모도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김승 미모미모 대표는 “현지인 구매 비율이 95% 이상”이라며 “독도 토너 등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모미모는 빈 최대 쇼핑몰 도나우젠트룸 2호점에 이어 내년 독일에까지 점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류 날개 단 수출 품목 늘어날 것”K팝 관련 상품도 위상이 예전과 다르다. 영국 등에서 한류 상품 매장 소콜랩을 운영 중인 이상훈 오즈파트너스 대표는 “K팝에서 시작한 한류 열풍이 화장품, 음식, 아기자기한 소품 등으로 이어지며 영국 1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대회 때 독일과 네덜란드에 문을 여는 3, 4호점에서 판매할 K팝 굿즈와 화장품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한국 음식과 식자재 납품 계약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식 관련 참가 업체만 100여 곳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다. 한식당 18곳을 운영해 ‘튀르키예 백종원’으로 불리는 김아람솔 소풍 대표도 간편식뿐 아니라 소스, 소면 등 해외에서 먹힐 만한 식자재 업체를 찾아볼 계획이다. 이응석 월드옥타 이집트 카이로지회장은 “한국 제품 위상이 달라지면서 소비재뿐 아니라 건설 장비, 산업용 장비 등 다양한 품목과 업종에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박재원/김우섭/최형창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