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두 배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파업 중인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이 협상 대상도 아닌 현대자동차·기아 본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등으로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간선 도로를 막고 대형 확성기로 구호를 외쳐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20여 명은 29일 정 회장 자택이 있는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 몰려가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들은 지난 주말에도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28일에는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1000여 명이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으로 몰려갔다. 사옥 앞 4차로 도로 중 세 개 차로를 막고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를 설치했다. 시위대가 끌고 온 대형 트럭들이 버스정류장을 차지한 탓에 사람들은 도로에서 승하차했다.
노조원들은 스피커를 통해 “악질적 현대 자본 박살” “경영진 무능함 규탄” 등 회사 측을 비난했다. 시위할 때 소음은 70데시벨을 넘어선 안 되지만, 수시로 75데시벨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악질’이나 ‘무능’은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노조가 시위를 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도로를 점거한 채 소음으로 주변에 피해를 주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약하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전년도 매출의 2%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 매출이 11조6939억원인 만큼 240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작년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22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사 변속기 등을 공급받는 현대차가 주말 특근을 없애는 등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법조계 관계자는 “무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노조가 일반 시민을 볼모로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건 이기적인 처사”라며 “차량 교통과 보행자 이동 방해, 규제치를 넘어선 소음,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