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 금통위원 "부동산 매우 우려…금리 동결이 적절" [강진규의 BOK워치]

입력 2024-10-29 16:30
수정 2024-10-29 16:31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사진 왼쪽 첫번째)이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배경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한은이 공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장 위원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5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내면서 이 의견은 소수의견이 됐고,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인하하는 '피벗'을 단행했다.

장 위원도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건설경기 부진을 포함한 미약한 내수와 일부 취약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의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그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 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추이를 좀 더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과정을 더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위원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을 이뤄낸 거싱든 의미있는 성과"라면서도 "고금리 기간 동안 가계와 기업 부문이 체질 개선을 위한 디레버리징을 더 이뤄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금통위 의사록은 익명으로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소수의견을 낸 경우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소수의견을 낸 위원의 실명을 공개한다. 이번 금통위에선 장 위원 한사람만이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록의 내용까지 실명으로 공개한 셈이 됐다.

금리 인하 의견을 낸 대부분의 위원들은 물가 안정과 성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A위원은 "성장경로의 하방 리스크가 다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B위원은 "미국의 빅컷(금리 0.50%포인트 인하)으로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된 점"을 짚었다.

다만 인하 의견을 내면서도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C위원은 "금융여건 완화 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이번 금리 인하의 효과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