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오는 30일 긴급 이사회를 연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응할지 결정하고,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오는 30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통상 이사회 개최 시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경영권 분쟁 관련이라고만 설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풍·MBK 연합은 법원에 임시주총 개최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전날 신규 이사 14명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결의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고려아연 이사회에 발송했다.
이번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내용을 검토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지난 5월8일자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28만9703주(1.4%)에 관한 신탁기간 만기는 다음 달 8일이다.
최 회장 측이 의결권을 살리기 위해 우리사주에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최 회장 측과 MBK 측은 지분율이 약 3%포인트 차이인데, 1.4% 의결권이 더해지면 MBK 연합과의 차이는 약 1%포인트로 좁혀진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1.4%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 약 3700억원 규모다. 영풍·MBK 연합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의 이유로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는 목적을 명시했으나, 최대주주인 MBK 연합에 비해 의결권 있는 주식이 1주라도 아쉬운 최 회장으로서는 해당 자기주식을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소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약 1조8000억원의 부담을 회사에 안긴 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37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겠다는 것으로 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고려아연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과 피해를 안기는 결정들을 연이어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고려아연이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경우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긴급 이사회 소집 결정 소식 이후 주가가 장중 12%대 급등한 146만원대에 거래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