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지속 의문…정부, 우리 기업 보호 나서야"

입력 2024-10-29 16:05
수정 2024-10-29 16:08

미국과 중국 등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국내 제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29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2025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나 관세 등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외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이 교수를 비롯해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추격연구소장) 등 국내 경제전문가 33명이 편·저자로 참여했다. '한국경제 대전망' 시리즈는 앞서 2017년부터 매년 발간해왔다. 이번 신간의 핵심 주제는 '동상이몽'과 '동분서주'다. 류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정치적 패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애로사항을 반영해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과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따라 대외적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태 서울대 교수는 "미국 경제는 올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했고, 경제성장률도 양호한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런 건실한 기초체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분석했다. 오철 상명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나토(NATO) 동맹국 및 아시아 동맹국과 갈등이 촉발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 환경이 변화하며 반도체 부문 호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진 상명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호황은 앞서 2016~2017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의 수출은 당시와 비교해 상승추세가 꺾이는 속도가 빠르다"며 "이번 호황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이 이끈 것이지만, 우리 기업은 상대적으로 그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지속된 내수 부진은 내년에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진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 올해 민간 소비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가 인하하면 가계부채 부담이 감소해 소비가 활성화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기대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인하가 소비로 가지 않고 추가 대출로 간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부동산 정책 등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속도는 가계 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급성장 중인 K팝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산업적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K팝 산업은 생산 수단부터 결과물까지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며 "스타 창작자나 아티스트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등 기존 산업군에선 익숙하지 않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좀더 고도화된 경영 기술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디"고 분석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