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2.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전망치 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올해 성장률이 2.4%(한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한은의 경제전망 수정을 시사한 것은 3분기 성장률이 0.1%(전기 대비)로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하회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1.2%가 나와야 기존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4분기에 그정도 성장이 어렵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인 수출 감소에 대해선 물량 기준으로 줄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총재는 "금액 기준으로 봐서는 수출이 안 떨어졌는데, 수량을 기준으로 떨어졌다"며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 요인과 화학제품·반도체의 중국과 경쟁 등으로 수량이 안 늘어나는 것 같은데, 원인을 더 분석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여야 의원들의 실제 성장률과 전망치의 '오차' 관련 지적에는 "우리(한은)가 전망(체계)을 개선해야 하는 건 사실이고, 분기 전망을 시작했기 때문에 보다 정치(精緻)하게 노력하겠다"면서도 "다만 올해 연초와 지금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1.5%에서 2.8%로, 일본의 전망치도 1%에서 0.3%로 바뀐 것과 비교하면 (전망 실적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다음 달 28일 기준금리 결정 방향에 대해서는 "금리 결정할 때 하나의 변수만 보지 않고 종합적으로 보는데, 우선 미국 대선과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결정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보겠다"며 "아울러 이후 달러(가치)가 어떻게 될지, 수출 등 내년 경제 전망과 거시안전성 정책이 부동산·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형 한은 금통위원도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분기 성장률에 "놀랐다"고 밝혔다. 다만 일시적인 충격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위원은 "일시적 충격으로 조정되는지, 중장기적으로 충격이 지속되는지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며 "지속적인 충격이라기보다 일회적 충격을 받았다는 게 설명력이 크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도 강력 반박했다. 이 위원은 "자영업자와 민간 소비가 어려운데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우리 임무는 원래 물가 목표와 금융안정"이라며 "자영업이 어려운 것이 금리 인하로 해결되느냐, 해결된다면 얼마만큼 될 수 있느냐에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기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한테 왜 은메달을 땄냐고 하는 것과 같다"라고도 비유하면서 "(통화정책은) 여러 요소와 경제 전반 건전성, 생산성, 체력을 고려해 우리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아울러 '자영업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고빈도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자영업도 유명 식당은 영업이 잘되는데 많은 분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폐업 고민도 많다"며 "다양성을 적시에 정확하게 잡아낼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높아진 환율 수준을 두고는 "위기 트라우마 있어서 환율이 높아지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긴장한다"며 "수준에 대한 판단은 적절치 않고 외화 유동성 부분은 걱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