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운영하는 6개의 모든 공·사보험 영역에 세계 유일의 피하주사(SC)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성분명 인플릭시맙) ‘짐펜트라’를 등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유통의 핵심 역할을 하는 주요 PBM의 판로를 모두 뚫음으로써 판매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3대 PBM 중 한 곳을 대행하는 의약품구매대행사(GPO)와 사보험 처방집 등재 조건을 협의한 결과, 지난 25일(현지 시간) 최종 합의에 이르러 이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으로 미국 의약품 처방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3대 PBM의 공·사보험 시장 전체를 확보하며 판매 가속화의 핵심인 보험 환급 기반을 크게 강화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짐펜트라를 출시한 이후 보름여 만에 3대 PBM 중 하나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SI)와 등재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 7월에 또 다른 대형 PBM 한 곳과 등재 계약을 맺었으며 8월에는 나머지 한 곳과 공보험 등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의료보험시장에서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PBM이 의약품 유통의 핵심 역할을 한다. PBM이 보험 처리 대상인 의약품 급여목록을 짜면 보험사가 해당 목록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3대 PBM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짐펜트라 계약이 완료된 중대형·소형 PBM 및 보험사는 총 30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의 공·사보험 판로 확보율을 모두 합칠 경우 미국 보험 시장의 90%가 넘는 규모다. 짐펜트라가 출시된 지 반년을 조금 넘긴 현시점에서 미국 처방 시장 판로의 대부분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출시 단 7개월여 만에 미국 3대 PBM의 6개 공·사보험 영역 모두에 대해 등재 계약을 완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짐펜트라가 3대 PBM 계약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남은 중대형 이하 규모의 PBM 및 보험사와의 등재 협상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가 단기간만에 미국 보험 커버리지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차별화된 제품성을 꼽는다.
짐펜트라는 세계 유일의 SC제형 인플릭시맙 치료제로 20년 이상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며 치료 효능 및 안전성이 입증된 인플릭시맙을 투약 편의성까지 개선해 출시한 제품이다.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 시장의 특성상, 정기적인 병원 방문 없이 어디서든 간편하게 집에서 자가투여가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미국 내 환자 및 의료진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염증성 장질환(IBD)의 대표적인 질병인 궤양성 대장염(UC) 및 크론병(CD) 환자 중 바이오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약 46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짐펜트라의 주요 고객층이다.
지난달 유튜브를 시작으로 이달 미국 TV에 송출되는 짐펜트라 광고도 제품 인지도를 높일 전망이다. 짐펜트라 유튜브 광고는 게시 3주 만에 200만 뷰를 넘어서며 일반적인 의약품 광고 대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큰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다. TV 광고는 현재 미국 주요 채널인 ESPN, MSNBC, USA 네트워크 등 다양한 채널에서 송출되고 있는 가운데, MLB Baseball 등 주요 프로그램 전후로도 광고 편성 시간을 확보해 노출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내달 초부터는 미국 전역 500개 병원을 시작으로 대기실 등 병원 내 미디어 광고도 개시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대 PBM 처방집 등재 및 병원 밀착 영업에 더해, 이번에 미국 전역으로 미디어 광고 캠페인까지 개시하면서 보험사(Payer), 처방의(Provider), 환자(Patient) 등 의약품 처방 시장에서 핵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3P’ 이해관계자 모두를 공략하는데 안정적 순항 궤도에 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짐펜트라의 올해 예상 매출은 2500억원, 내년은 1조원이다. 내년 1조원을 달성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개발한 신약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이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토마스 누스비켈 미국 법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짐펜트라의 지속 가능한 매출 확대를 위해 출시 초기부터 PBM과의 협상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 결과로 출시 7개월여 만에 미국 3대 PBM에서 관할하는 공·사보험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며 “최대한 많은 미국 환자들에게 제품의 우수한 치료 혜택이 전달될 수 있도록 영업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