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세븐틴 멤버 승관이 소속사 플레디스의 모회사인 하이브의 내부 문건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승관은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동안에 벌어진 많은 일들을 지켜보며 그래도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삭히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멤버들과 열심히 활동해왔다"며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이 상황들을 지켜만 보며 불이 꺼지기만을 바라기엔 상처받는 내 사람들 나의 팬들과 나의 멤버들, 이 순간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모든 동료들을 위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승관은 "누군가에게는 오지랖, 누군가에게는 섣부른 글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본다"며 "내 섣부르고 서툰 말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긴 한가 싶다"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말은 확실하게 전하고 싶다"며 "그대들에게 쉽게 오르내리면서 판단 당할 만큼 그렇게 무난하고 완만하게 활동해온 사람들이 아니다. 충분히 아파보고 무너지며 또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들의 서사에 쉽게 낄 자격이 없다"며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우리는 당신들의 아이템이 아니다. 맘대로 쓰고 누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게재된 사진에는 후배 그룹 엔믹스 해원이 승관에게 "선배의 노래가 많은 영향을 줬다"며 "저도 언젠가 제 진심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다. 그때까지 지켜봐달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게재했다.
앞서 지난 24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이브가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외모 품평이 담긴 업계 동향 자료를 작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하이브는 공식 입장을 통해 "국회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SNS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공개된 문건에는 해원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는 점에서 승관이 작성한 글이 하이브의 내부 문건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더불어 추가로 공개된 문건에서는 세븐틴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어 세븐틴 팬덤을 중심으로 하이브 불매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세븐틴의 소속사인 플레디스는 2020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이후 하이브의 레이블로 운영돼 왔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은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승관이 올린 글 전문
더 이상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동안에 벌어진 많은 일들을 지켜보며 그래도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삭히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멤버들과 열심히 활동해왔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이 상황들을 지켜만 보며 불이 꺼지기만을 바라기엔 상처받는 내 사람들 나의 팬들과 나의 멤버들, 이 순간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모든 동료들을 위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오지랖, 누군가에게는 섣부른 글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본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사랑을 많이 받기에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상처를 받아가면서 죽기 직전까지 스스로를 갉아 먹으면서 어떻게든 견뎌야 하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과 책임을 다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내가 줄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다양한 방면으로 어떻게든 나눠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부담감과 중압감도 몸과 마음의 피로도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순간에도 우리들은 해내야 한다. 누군가는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웃어 보이고 또 누군가는 힘들지만 순응하며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간다. 내가 선택했으니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야속하고 가혹한 오늘이다.
어떤 날은 화창하고 어떤 날은 흐리듯이 나에겐 오늘이 참 흐리다. 나라고 긍정적으로 이겨보려 했던 날이 없었을까. 나라고 어떻게든 웃어보려 했던 날이 없었을까. 그런데 오늘은 쉽지 않다. 이 순간 또 상처받고 있을 사람들도 안타깝다. 내가 다 안아줄 수 없다는 것도 속상하다. 내 섣부르고 서툰 말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긴 한가 싶다.
우리 멤버들을 포함해 케이팝이란 큰 산업 속에서 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동료들과 친구들은 진심으로 이 일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너무 진심이라서 다치기도 하고 또 너무 사랑해서 공허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자신을 위해 멤버를 위해 가족을 위해 팬들을 위해 열심히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간다.
이 말은 확실하게 전하고 싶다. 그대들에게 쉽게 오르내리면서 판단 당할 만큼 그렇게 무난하고 완만하게 활동해온 사람들이 아니다. 충분히 아파보고 무너지며 또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돌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서사에 쉽게 낄 자격이 없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우리는 당신들의 아이템이 아니다. 맘대로 쓰고 누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악 방송 1주만 돌아봐도 온몸에 체력은 다 빠져나간다. 그 안에 광고, 행사, 공연, 다른 스케줄까지 해내면서도 요즘엔 나보다도 더 웃으면서 따뜻하게 인사해 주는 동료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도 같이 웃으면서 인사한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 정도밖에 없다. 우리에게 힘차게 웃으면서 인사해 줄 때 그 한 번이 소중하고 고맙고 형식적이라 할 수 있는 인사 뒤에 동료분들이 써준 앨범 속 메시지 한 줄로도 하루가 지쳐있다가 힘이 난다. 그저 다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난 챌린지 문화도 좋다. 친한 사이이든 모르는 사이이든 챌린지 한 번으로 친한 동료끼리 무대가 아닌 곳에서 서로의 춤을 같이 추는 챌린지 영상을 남긴다는 게 살아가며 제일 예쁘고 멋진 청춘일 때 같이 작은 추억 하나라도 쌓는 게 아름답고 그걸 보는 팬분들이 좋아한다면 더 좋고 모르는 사이라도 촬영 끝에 어색하고 민망한 분위기에 활동 파이팅 하라는 작은 응원의 한마디라도 서로에게 한 번 더 건넬 수 있다는 게 좋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만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감사한 거라 생각한다.
나부터 노력해야 하지만 우리 모두가 조금만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따뜻하게 바라보고 응원하고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준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군가 무너지고 결국 놓아버리는 걸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도 싫다. 책임지지 못할 상처는 그만 주었으면 한다. 내 간절한 바람이다. 더 이상 나와 우리 멤버들, 지금도 열심히 일하는 모든 동료들, 우릴 위해 진심을 다한 스태프들과 우리 팬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 순간에도 따뜻하게 사랑해 주는 팬분들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