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호조와 함께 주가가 상승세를 탔던 조선주가 지난 28일 급락했다. 고공행진하던 신조선가 지표가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최근 업황 호황에 중국 조선업계가 급격히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증권가는 아직 우려할 때는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환경 규제로 새로 발주될 선박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28일 HD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5.5% 내린 18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미포(-5.07%), HD한국조선해양(-4.7%)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HD현대그룹의 상장 조선사들 주가가 무너지자 삼성중공업(-1.82%)과 한화오션(-0.67%) 주가도 눌렸다.
선가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다시 부각된 영향으로 보인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25일 189.64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189.95를 찍은 뒤 상승세가 멈췄고, 월간 단위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투자자들이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선 뒤 지난 25일까지 HD현대중공업은 7.31%, HD한국조선해양은 6.5%, HD현대미포는 10.83% 상승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의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작년부터 잊을 만하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히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공급 증가 우려가 겹쳤다. 장기 호황에 중국 조선업계가 도크(선박을 건조할 공간) 증설에 나서면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발표된 글로벌 조선사들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 규모는 총 82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라며 “이중 중국이 약 77%(630만CGT)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630만CGT는 한국 조선업계가 역대 가장 많은 선박을 인도한 2011년의 인도량(1630만CGT)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신조선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증권가의 조선산업 전문가들은 아직 걱정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한국의 조선업계는 주력 선종이 다르고,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 발주될 선박도 충분히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승한 연구원은 “중국 주요 조선소들의 생산능력 화대 대부분이 벌크선, 탱커선(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 컨테이너선에 집중돼 있다”며 “국내 조선 3사가 내년에 수주할 선박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스운반선 수급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 기준으로 끓는점이 ?162도로 극저온인 가스를 실어 나르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가스운반선 이외의 선종의 수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국 조선사들의 공급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주력 선종 중 그나마 부가가치가 높은 탱커선이 한국 조선사에도 발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중국 조선사들의 탱커선 리드타임(발주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이 3년으로 길어졌다고 전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백로그(수주잔고)가 3년치 이상 쌓인 ‘공급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에서 신조선가는 꺾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