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가) 북한 파병을 기회로 한반도의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28일 말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동향 수집과 포로 심문 등의 역할을 할 모니터링단 파견을 검토하는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제1 야당 대표가 엄중한 안보 상황을 정치 공세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이날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정부 조치에 대해 “3차 세계대전 불씨를 한반도에 가져오려는 것”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군 및 정보당국 인력을) 보낼 생각인 것 같은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에서는 북한군 전쟁포로를 심문하기 위한 ‘심문조’를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한다. 제정신인가”라며 “고문 기술을 전 세계에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기회로 혹시 한반도에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금 행동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놓고도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 무기를 제공하면 전쟁에 끼어드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치적 위기 해소를 위해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했고,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 의혹을 덮기 위해 3차 세계대전 불씨를 한반도로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발언을 정부 비판에 썼다. 민주당은 이날 뒤늦게 ‘북한의 러시아 파병 철군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정원을 비롯해 미국·유럽연합(EU) 등이 사실상 인정한 북한군 파병 사실을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시도도 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과 함께 연 국회 좌담회에서 “(북한군 파병) 뉴스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좌담회 주제는 ‘북한군 파병설(說)에 대한 정부 대응’이었다. 사실상 북한만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에 동조한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좌담회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해 국정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야권의 이 같은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우리나라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남의 나라 전쟁’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열수 한국군사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군 파병의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첨단 장비와 군사 기술이 북한에 유입되면 그 자체가 한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북한의 참전 상황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우리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다”며 “북한 참전에 대한 민주당의 진짜 입장은 뭔가”라고 비판했다.
한재영/배성수/김종우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