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반복 수급한 사람 중에는 선원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원법상 규제를 피하려는 연근해 및 원양어업 관련 사업주의 방조 아래 선원들이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80일만 일해도 실업급여를 무제한 주는 현행 제도도 이런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원양어선 선원인 A씨는 동일 사업장에서 올해 9월 말까지 총 24번의 실업급여를 받아 가장 많았다. A씨가 받은 수령액은 총 9310만원이다. 수급 횟수 23회로 두 번째 최다 수급자인 원양어선 선원 B씨도 같은 사업장에서 총 19번, 9191만원을 타갔다.
이들을 포함해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 상위 10명은 원양어업 종사자 4명, 연근해어업 종사자 5명, 수산물 도매업 종사자 1명이었다. 도매업 종사자 1명도 실질적으로 대기업 소속 선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선원법이 선원들의 이 같은 반복 수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원법상 연근해어업에 종사하는 선원은 같은 사업체 어선에서 1년 동안 계속 승무(배를 타서 근무하는 것)를 하면 선주는 해당 선원에게 20일의 유급 휴가를 줘야 한다. 상선원은 8개월 이상 계속 승무를 하면 최소 48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장기간 바다에 고립돼 근무하면서 휴가를 받지 못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업체나 선주들은 유급 휴가 부담을 덜기 위해 계속 승무 기간을 넘기기 전에 선원을 그만두게 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휴업기 동안 실업급여로 선원들의 임금 일부를 보전해주고 조업기가 되면 다시 승선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위 10명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한도인 ‘소정급여일수’를 대부분(96%) 소진한 후 승선을 반복했다. 사업주와 교감이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드는 이유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의 짧은 피보험단위기간(고용보험 가입기간)도 문제다. 한국은 180일만 일하며 고용보험료를 내면 실업급여를 무제한 반복 수급하는 게 가능하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실업급여 관련 선원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선원 근로감독 권한은 해양수산부에 있지만 실업급여 단속 권한은 고용노동부에 있다. 임 의원은 “선원 실업급여 재정을 별도 운용하거나 단기 반복 수급자가 지나치게 많은 사업장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 고용보험 재정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