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의약품 유통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이 닥터나우가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들만 우대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국회가 이 회사 대표를 국정감사장에 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의 약 35%가 약을 수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약국에 직접 의약품을 공급, 재고를 파악해 플랫폼에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닥터나우는 최근 의약품 도매 자회사인 비진약품을 설립하고, 의약품 판매업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비대면 진료 후 조제에 활용도가 높은 성분을 중심으로 의약품 패키지(29종)를 구성해 약국에 판매하는 것이 비진약품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이 끝나고 약 배송이 사실상 막히면서 환자들은 ‘약국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방약을 주변 약국이 보유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닥터나우는 약국 재고 정보를 플랫폼이 알 수 있다면 환자들에게 조제 가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다.
대한약사회 등은 닥터나우가 제휴 약국을 플랫폼 상단에 노출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방식의 영업을 허용하면 약국이 독립성을 잃고 플랫폼에 종속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 없이 시범사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약 배송 문제부터 의약품 재고 연동, 대체조제 간소화 등의 민감한 이슈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반영할 제도 자체가 없고, 법 위반 판단도 모호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닥터나우 사업에 대해 불공정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면서 “가이드라인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미뤄지면서 플랫폼과 직역단체 간 갈등만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닥터나우가 TV광고에서 ‘비대면 진료부터 처방약 픽업까지’라는 광고 문구를 쓴 것을 두고서도 약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픽업’이라는 단어가 약 배송까지 가능하다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