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실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우리 기업이 많습니다.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고 ‘정글’이 된 세계 시장에선 ‘호위무사’ 역할을 해줄 법률 파트너가 절실합니다.”
지난 25일 서울 남대문로 법무법인 광장 본사에서 만난 박은영 광장 국제분쟁그룹장(59·사법연수원 20기·사진)의 목소리에는 강한 사명감이 묻어났다. 국내 국제중재 분야 1세대 전문가로 꼽히는 박 그룹장은 1997년부터 25년간 김·장법률사무소에서 국제분쟁해결팀을 이끌었다. 2022년 5월 국제중재법원의 판사 역할을 하는 ‘독립 중재인’으로 나서며 국제무대를 누볐다.
2년 만에 다시 국내 로펌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엔 광장과 손잡았다. 로펌을 다시 찾은 배경에는 국제분쟁 외길을 걸어온 그의 오랜 꿈이 있었다. 박 그룹장은 “국제분쟁은 각 분야 전문가 간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좀 더 높은 차원에서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국제분쟁을 다루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시스템을 꾸리는 데는 고급 인력 자원이 풍부한 로펌이 최적”이라고 덧붙였다.
국제무역 질서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가운데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기업은 ‘을’이 되기 쉽다. 영미법이 아니라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박 그룹장은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추상적인 원칙만 규정하고 있는 국제법은 그야말로 ‘머리만 있고 손발은 없는’ 상태”라며 “나라별로 제각각인 수출통제법, 경제제재법 등이 손발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미줄같이 엉켜 있는 무수한 손발을 꿰뚫는 종합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우리 기업들의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그룹장은 “법률 리스크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은 고속 성장기와 달리 이제는 법률 리스크가 생사를 가른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도 세계 시장에서 ‘롱런’할 수 있는 체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제분쟁 관련 법률 수요가 많아질 분야로 △공급망 △에너지 △정치 갈등에 따른 제재 리스크 등을 꼽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