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150만원에 샀는데 액정 수리비가 60만원?…'깜짝'

입력 2024-10-28 19:30

"갤럭시Z플립5를 쓰다가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를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했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수민 씨(29)는 "휴대폰을 150만원 정도 주고 샀는데 휴대폰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니 수리비가 64만원가량 나왔다"며 "그냥 휴대폰을 바꾸는 게 낫겠다 싶어서 아이폰16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접히는 부분에 차 열쇠가 살짝 부딪힌 건데 화면에 금이 갔다. 수리비 내고 고쳐도 또 금이 갈 수 있을 것 같아 아예 핸드폰을 교체했다"고 덧붙였다.스마트폰 수리에 연 7000억…"액정 파손 가장 많아"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수리비에 연간 7000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정 파손 등의 문제로 수리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56%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액정 수리비는 출고가의 26%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이 씨가 사용하던 갤럭시Z플립5 출고가는 256GB 기준 152만원이다. '삼성케어플러스' 휴대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기준 액정 파손 시 예상 수리비는 액정 반납시 53만500원, 미반납시 64만2500원에 달한다.


이 씨가 삼성케어플러스에 가입했다면 갤럭시Z플립 시리즈의 경우 파손 서비스 요금의 30%인 20만원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삼성케어플러스 가입 시 매월 1만26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제조사들은 수리비 부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지난해 해외에서만 운영하던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국내 도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을 국내 사설업체에 수리를 맡길 시 비용이 공식 서비스센터의 절반가량 수준으로 줄어든다. 액정이 파손된 아이폰도 마찬가지로 공식 서비스 센터의 교체 비용이 평균 50만원 이상이지만 사설업체는 애플 아이폰14프로 기준 20만원 중반으로 내려간다.

갤럭시의 경우 갤럭시S23 기준 공식 서비스 센터 25만원에서 사설 수리의 경우 10만원 초반으로 절반 이상 저렴해진다. 그러나 최 의원은 "자가 수리 실패 시 이중 비용 부담 발생 등의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플래그십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아 비교적 수리비가 많이 드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프리미엄 단말기 선호도는 한국 61.3%, 글로벌 24% 수준이었다.사설업체 "최신폰 수리비 공식 센터와 가격차 없어" 실제 사설 수리업체에 문의해본 결과 대다수 업체에서 갤럭시S23 울트라 이후 출시 모델은 부품이 없어 수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리가 가능하다 해도 공식 서비스센터와 가격차도 크게 나지 않았다.

플립과 폴드의 경우 자재를 확보한 사설업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액정 등의 자재를 해외수입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원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수리 서비스 모델 목록에서 제외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이폰의 경우 14프로 이후 출시된 모델의 경우 사설 수리를 추천하지 않았다. 사설 업체에 따르면 정식 서비스 센터가 아닌 사설업체에서 수리할 경우 화면에 경고문구가 뜰 뿐 아니라 정식 서비스 센터와 가격 차도 크지 않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의 경우 일본은 휴대폰 수리 비용 경감을 위해 '등록 수리업자 제도'를 시행해 일정 수준 기술과 설비를 갖춘 사업자에게 스마트폰을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사설 수리를 양성화하고 있다.

해당 제도 도입 후 2년간 일본 이용자의 18.2%가 사설업체를 통해 수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설 업체의 수리가는 10만원 미만 수준으로 공식 서비스 센터의 5분의 1 가격이다.


미국은 25개 이상 주에서 전자기기 수리권 관련 법안을 통해 전자기기 진단·수리와 관련된 정보·부품을 비공식업체와 이용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제조업체에 부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이용자의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에 합의해 이용자 후생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보증이 종료된 휴대폰을 보유한 이용자만이 사설 업체를 이용하고 있으며 사설업체 수리 시 제조사가 보증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다. 보증기간 이내라도 사설업체에서 수리 이력이 있을 시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최 의원은 '사설 수리업체 인증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정 수준의 기술과 설비를 갖추면 정부가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인증 업체에서 수리 시 보증기간 내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검증의 경우 제조사와 정부가 인증 자격과 통과 조건 등 기준을 마련해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연 1회 자격 연장 여부를 검증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