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 후 일본으로 떠났다가 월요일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출근하면 됩니다."
30대 직장인 남모 씨는 최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별도 연차를 내진 않았다. 금요일 저녁 퇴근 직후 출국해 일요일 또는 월요일 아침에 돌아와 곧바로 출근하는 '밤도깨비 여행'이다. 남 씨는 "올해 쓸 수 있는 연차가 없어 해외여행은 내년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하니 2박4일도 충분했다"며 "연말 성수기가 직전 또 (밤도깨비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퇴근 후 주말이나 공휴일을 포함해 가까운 여행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밤도깨비 여행'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엔데믹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밤 시간대 항공편이 늘어난 게 이 같은 밤도깨비 여행 수요를 자극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대별 운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오후 6시에서 자정까지 운행된 항공편은 총 4598편이다. 코로나19 직전(4696편)의 98% 수준까지 회복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4년 전(2020년 9월)에는 506편으로 급감했다가 작년 9월 3870편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전년 동월 대비 다시 19%가량 증가했다.
밤도깨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출발하는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운항된 항공편은 지난 25일 기준 공동운항 제외 총 156편이다. 이 가운데 비행시간이 6시간 이내인 항공편은 114편으로 일본, 베트남, 중국 단거리 지역에 집중됐다.
밤도깨비 여행을 떠난 여행객은 금요일 늦은 밤이나 토요일 새벽 여행지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바로 관광에 나서는 만큼 무엇보다 체력 소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밤도깨비 여행객들이 전해주는 '꿀팁'은 짐 최소화. 짧은 시간에 여행지 곳곳을 둘러봐야 해서다. 캐리어를 이용할 경우 기내 반입할 수 있는 20인치 이하를 추천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짐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출국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은 '0.5박 호텔'도 인기다. 온전한 1박이 필요하지 않은 첫날과 귀국 전 여행 경비를 아끼고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대부분 공항과 쇼핑센터에 가까이 위치한 곳을 선호한다.
하나투어는 0.5박 추천호텔을 쉽게 볼 수 있는 기획전을 선보였다. 짐을 맡기거나 마사지 후 샤워, 공항 가기 전 휴식, 기념품 쇼핑 등을 위해 잠시 머물기 위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0.5박 호텔들로 구성해 새벽 출발·도착 항공편을 이용하는 여행객에게 만족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밤도깨비 여행은 코로나19 직전 자유여행 수요가 정점에 달했을 때 인기가 높았다"며 "엔데믹 이후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연차 소진을 아까워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