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못 살겠다" 폭발…이재용·정의선 자택 앞 무슨 일?

입력 2024-10-28 15:01
수정 2024-10-28 15:22
공직자나 기업인 자택 앞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시위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모욕감을 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소음 등 인근 주민들 피해가 커지면서다.

28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개인이나 노동조합 등 특정 단체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고위 공직자나 기업 총수 자택 인근에서 집회 시위를 벌이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달 중순 충남 천안 원성동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일부 조합원들이 서울 삼성동 이해욱 DL이앤씨 회장 자택 앞에서 벌인 시위는 상복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입주에 필요한 추가 분담금이 오르자 사업자인 DL이앤씨와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뉴스테이 사업 선정 취소 및 일반분양 전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기업 총수가 없는 빈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7월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은 파리올림픽 참관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었다. "전삼노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빈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지난 26일에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성과급을 올려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20여명의 노조 조합원들은 주말 오전에까지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여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들 집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선 2022년 자택인 서울 자양동 아파트 인근에서 마포구 소각장 신설 반대 등 각종 시위가 계속해서 일어나자 "평온하게 하루를 준비해야 할 새벽을 소란스럽게 맞게 해드려서 이웃으로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는 사과문을 단지 내에 붙이고 서울 한남동 내 위치한 공관으로 이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가 정당한 권리라고 해도 일반 주택가에서 진행되는 무리한 '민폐 시위'를 벌이는 것은 되레 다수의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집회·시위 자유도 보장하면서 다수 시민의 권리도 보호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집회·시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8월에는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주거지역 등의 집회·시위 소음 기준치를 5 또는 10데시벨(dB)씩 하향 조정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최고 소음 규제 기준치는 주간 80데시벨, 야간 70데시벨 및 심야 65데시벨 이하로 낮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80데시벨은 지하철 소리와 맞먹는 소음으로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주거 지역 내 집회 시위 요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주거지역 내 집회·시위 소음이 주간 50데시벨, 야간 35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다. 미국 뉴욕에서는 집회 신고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에서는 집회·시위 중 표출되는 극단적 혐오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법조계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1%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며 "주거지역 내 다수 시민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글로벌 주요국 수준의 실효성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