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8일 15: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롯데케미칼 미국 생산법인에 6600억원을 투입한다. 메리츠는 롯데케미칼, 롯데건설을 비롯한 롯데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도우미로 나서면서 적잖은 수입을 올릴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들은 롯데케미칼 미국 자회사인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LOTTE Chemical Louisiana)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억7700만달러(한화 6626억원)를 출자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번 출자로 LCLA 지분 40%를 확보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이 출자금의 절반을 담당하고, 다른 메리츠금융 계열사가 나머지 절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달 말 LCLA와 출자 계약을 맺고 다음달 8일에 자금을 납입한다.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케미칼은 주가수익스왑(PRS·Price Return Swap) 형태를 넣는 형태로 거래 구조를 짰다. 5년 뒤 회사 가치가 지금보다 오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롯데케미칼에 차익을 물어주고, 반대로 지금보다 밑돌면 차액을 보전받는 방식이다. 계약 시점의 LCLA의 가치는 24일 이사회에서 결의된 공정가치인 7억1542만달러(약 9940억원)로 산출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번 거래에서 PRS 수수료율을 연 5% 초반대로 제시했다. 다른 증권사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추가로 내년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을 대상으로도 PRS를 통해 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LCI는 100만톤(t) 규모의 에틸렌 등 석유화학공장 건설을 위해 2016년 설립된 회사다. 내년 상업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다수 대형 증권사들이 거래를 따내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거래마저 메리츠에 내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롯데건설을 지원하는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도 하는 등 롯데그룹의 거래를 독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조4000억원의 차입금 감축이 이뤄지면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75.3%에 불과하지만 영업현금 창출력이 하락세를 타는 데다 신규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 소요가 이어지면서 순차입금 규모가 7조원을 넘긴 상태였다.
비주력 법인 청산도 함께 진행한다. 롯데케미칼은 25일 말레이시아 자회사 LUSR을 비핵심 저수익 사업으로 판단해 청산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LUSR은 롯데케미칼과 일본의 우베가 50대 50 비율로 2012년 세운 합작법인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