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 1차전. 김주형(22)과 안병훈(33)의 마지막 승부는 세컨드샷 하나로 갈렸다. 220야드를 남기고 김주형이 친 샷이 그린 앞 벙커 근처 러프로 향했다. 어려운 위치에서 시도한 어프로치샷은 미스가 나 그린을 한참 벗어났고, 4온 2퍼트로 홀아웃했다.
반면 안병훈의 세컨드샷은 그린 옆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떨어졌다. 어프로치샷으로 핀 1m 거리에 공을 붙인 안병훈은 버디퍼트를 홀로 정확히 떨어뜨렸다. 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 안병훈은 우승을 확정한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주형 vs 안병훈 맞대결에 흥행 대박
안병훈은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안병훈은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보기에 그친 김주형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병훈은 2015년 5월 BMW 챔피언십 이후 9년5개월 만에 DP월드투어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이 대회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공동 주관이라 안병훈은 2015년 9월 신한동해오픈 이후 9년1개월 만에 KPGA투어 2승째를 올렸다. 우승상금 68만달러(약 9억4554만원)와 부상으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받은 안병훈은 “너무나 기다린 우승”이라며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는데, 보너스 같은 마지막 대회에서 트로피를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1타 차 공동 선두에 오른 김주형과 안병훈이 챔피언조에서 격돌하자 이른 아침부터 이들의 우승 대결을 보기 위한 갤러리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티오프 시간인 오전 11시25분엔 1번홀(파4)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주형은 오랜만에 느낀 응원 열기에 신이 난 듯 초반부터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렸다. 정확한 아이언샷을 앞세운 그는 전반에 버디 4개를 몰아쳤고 보기는 1개로 막아 공동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후반에도 버디 2개를 추가한 김주형은 마지막 18번홀까지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김홍택, KPGA투어 유일 ‘톱 10’ 진입안병훈은 후반에 힘을 냈다. 전반에 2타밖에 줄이지 못해 선두권에서 밀린 안병훈은 후반 들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13번홀(파3) 버디를 잡은 뒤 15번홀(파5)과 16번홀(파4) 연속 버디로 단숨에 공동 선두에 올랐다. 17번홀(파3)에서 약 2m 파퍼트를 놓쳐 공동 2위가 됐지만, 18번홀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김주형은 18번홀이 문제였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 러프로 향하는 바람에 세 번의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약 2.5m 버디퍼트가 홀을 외면해 두 선수의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 승부는 오히려 쉽게 끝났다. 김주형이 연이은 샷 미스로 보기를 범했고, 버디로 마무리한 안병훈이 최종 승자가 됐다.
커트 통과에 성공한 15명의 KPGA투어 선수는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밀렸으나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쳤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KPGA투어 선수에게 2025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출전권이 부상으로 수여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샷 대결을 펼칠 기회를 잡은 주인공은 ‘스크린골프 황제’ 김홍택(31)이었다. 4타 차 공동 12위로 출발한 김홍택은 이날 3타를 더 줄여 KPGA투어 소속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공동 9위(1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홍택은 “내년 스코티시오픈에 나갈 수 있게 됐는데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