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핏대 세우더니…감세 법안 더 낸 野

입력 2024-10-27 17:43
수정 2024-10-28 14:31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거칠게 비난해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실제로는 여당 의원들보다 더 많은 감세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고 비판하는 와중에 자신의 지역구와 표에 도움이 되는 감세 법안을 앞다퉈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시대착오적인 ‘부자감세’ 정치 구호부터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세 때릴 땐 언제고…”27일 한국경제신문이 22대 국회 들어 지난 24일까지 여야가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135건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 73건 △국민의힘 59건 △여야 공동발의 2건 △조국혁신당 1건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은 73건으로 국민의힘(59건)보다 많았다. 특히 민주당의 조특법 개정안 중 절반이 넘는 45건(61.6%)이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기존 세제 혜택 부여 일몰을 연장하는 법안과 신규 혜택을 도입하는 법안 역시 각각 13건 발의됐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전체 조특법 개정안 59건 중 혜택 확대는 27건, 신규 도입 17건, 일몰 연장 15건이었다.

조특법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나라가 거둬들이는 세금을 깎거나, 반대로 중과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규율하는 특례법이다. 예산을 직접 투입하는 재정지출과 마찬가지로 거둬들일 세금을 줄여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세지출’로도 불린다. 정부는 이렇게 깎아주는 국세 감면액이 올해 71조4305억원, 내년에는 78조1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부의 감세 조치를 ‘부자감세’라며 맹비난해 왔다.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건전 재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부자 감세만 몰두하다가 민생 경제를 다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세 포퓰리즘’ 쏟아낸 野민주당의 감세 법안은 지역구를 의식한 법안이 많았다. 재건축 예정 노후 단지가 많은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를 지역구로 둔 황희 의원은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돼 조합원이 ‘1+1 입주권’을 받을 경우 주택 하나는 소유 주택에서 빼 2주택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역구 등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감세 정책과 대비해 ‘감세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전북 정읍·고창이 지역구인 윤준병 의원은 최근 농어촌상생기금에 출연하는 기업의 법인세 공제 비율을 10%에서 50%로 대폭 높이고, 일몰도 내년 말에서 2030년까지 5년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역구를 위해 법인세는 덜 거둬도 된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의원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조특법 중 9개 조항의 일몰을 일괄적으로 5년 연장하는 법안도 내놨다. 민주당 기재위 위원은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엮이다 보니 개별 의원이 세제 혜택을 늘리고 일몰도 연장하는 법안을 내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부자 감세 비판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감세를 통해 ‘퍼주기 지원’에 나서는 법안도 있다. 이 대표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에 소득공제율 80%를 적용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희승 의원은 임대료를 깎아 준 임대사업자에게 인하액의 최대 70%를 세액공제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 일몰을 아예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어쨌든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 발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민주당도 인정하는 상황인 것 같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반대’라는 프레임이 시대적으로 잘 들어맞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재영/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