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인근 지역의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대형 재건축 이주가 겹쳐 전셋값이 급등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난이 우려될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정비사업 이주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도 “선도지구 착공 목표가 2027년이라면 적어도 2026년엔 집을 비우기 시작해야 해서 착공 시점에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경기도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드는 점도 변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9027가구로, 올해(14만9057가구)보다 26.8% 줄어든다. 경기 지역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게 눈에 띈다. 내년 경기도에선 올해보다 41.3% 줄어든 5만7889가구가 집들이할 전망이다.
2021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이주 수요가 크게 늘어났을 때처럼 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3500가구 정도인 반포주공1단지 이주 문제로 서초구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2012년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1·2차(현 헬리오시티) 재건축 때도 약 5000가구가 한꺼번에 전세 수요로 나왔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주 시기와 단지를 분산한다고 해도 최소 1000~2000가구씩 6개월 정도 움직인다면 전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과거 반포 사례처럼 주변 지역 전세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녀의 학교 문제와 기존 아파트 전세 시세 등을 고려하면 선도지구 선정 단지의 인근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재건축 단지라면 최대한 분당 내에서 움직이고 싶어 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지역의 10월 셋째주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07% 상승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