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미국 주요 언론에서 종종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즉 10월의 이변이다. 11월 미국 대선 직전에 전쟁, 테러, 자연재해, 정치 스캔들 등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지칭한다.
먼저 전쟁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은 1972년 대선이다. 1972년 대선 최대 이슈는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이었다. 당시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만간 베트남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발표한 게 공화당 후보였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압승에 기여했다.
테러와 관련된 사건은 1980년과 2004년 대선이다. 1980년 이슈는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었다. 당시 이란은 50여 명의 미국인 인질을 붙잡고 있었고, 대선 선거일까지도 대사관 직원들을 구출하지 못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선 도전에 실패했다. 2004년에는 2001년 9·11테러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공개 영상이 등장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다.
자연재해 사건도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10월 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 해안 연안을 강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의 악재가 될 수 있었던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신속히 수습했다.
정치 스캔들도 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투표일 직전에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이메일 재수사 발표’가 있었다.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으로 재직했을 때 사적인 이메일을 통해 국가 기밀이 포함된 공문서를 주고받는 등 공적인 일에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11월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됐다.
다음주 화요일은 기나긴 종착지인 2024년 미국 대선 투표일이다. 선거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두 후보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두 후보 모두 오차범위 내의 백중세다. 단 하나의 돌발 악재라도 터지는 날이면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을까?
우선 격화하고 있는 중동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전쟁의 향방이 꼽힌다. 대체로 집권당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구나 이달에도 헐린, 밀턴 등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해 미국 동남부 지역에 큰 피해가 초래됐다. 2012년처럼 현 정부의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줄 기회일 수 있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다.
예전만큼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전투표와 우편투표 비율이 지난 몇 년간 높아져 10월의 이변이 투표에 반영될 여지가 차단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까지 나온 변수가 이변을 낳을 수도 있고 앞으로 남은 기간에 새로운 변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을지, 있다면 어떤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고희채 KOTRA 워싱턴무역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