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가 선고 이후 판결문을 경정(수정)한 판단에 법에 어긋나는 점이 있는지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경정 사건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이를 파기할 경우,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이 걸린 이혼 본안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심리 중인 이혼 소송 2심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한 최 회장 측 재항고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간이 전날 지났다.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에 문제가 없다면 접수 4개월 이내에 추가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지난 26일 전까지 기각 결정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이 판결문 경정 사건을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최 회장 측은 6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대한텔레콤(현 SK㈜)이 두 차례 액면분할 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주식 가치를 산정했다"며 "SK㈜의 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된 만큼 노 관장의 '내조 기여분'도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가 최종현 선대회장(1994~1998년)이 경영했을 때는 주당 8원에서 100원으로, 최 회장(1998~2009년)이 맡아 상장할 때까지는 100원에서 3만5650원으로 각각 12.5배와 355배 뛰었다고 산정했다. 그러나 액면분할을 감안한 실제 주당 가치 상승 폭은 최종현 선대회장 때 125배(8원→1000원), 최 회장 때 35.5배(1000원→3만5650원)로 바뀐다.
기자회견 이후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오류를 수정한 ‘판결 경정 결정’을 양측에 송달했다. 하지만 "가치 산정 과정 ‘중간 단계’의 계산 오류를 수정한 것뿐"이라며 재산분할금 규모는 유지했다. 최 회장 측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오류'"라며 경정에 불복해 6월 24일 재항고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경정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한 만큼 이혼 소송의 재산 분할에 대해서도 상고심에서 2심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심리를 거치더라도 2심 재판부의 경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 중인 이혼 소송 본안 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한은 다음달 8일까지다. 최 회장 측은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약 500쪽의 상고 이유서를 제출하는 등 2심 판결을 뒤집고 재산 분할액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