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R&D 예산 삭감' 피해기업 지원대출 80%는 미집행

입력 2024-10-25 14:09
수정 2024-10-25 14:13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피해 본 기업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편성된 정부의 대출이자 지원사업이 80%는 집행이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삭감기업 수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예산부터 집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올해 편성된 '이차보전' 예산은 총 245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3분기 기준 산업부의 해당 예산 집행률은 23%(28억7400만원)이고, 중기부는 17.9%(21억4700만원)에 불과했다. 두 기관 합친 예산의(194억7900만원)의 20.5%만 집행된 셈이다.

이차보전 사업은 R&D 예산삭감 기업이 초저금리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2024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추가됐다. 신청기업들이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는 연구개발비 감액분의 200%고, 이자를 최대 5.5%포인트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김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R&D 삭감기업 수는 산업부(5237개)와 중기부(2477개)만 집계했을 때 총 7714개 사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전 부처로 확대한다면 피해기업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 추정된다.

김 의원은 산업부와 중기부가 정확한 피해규모 실태파악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보니 제대로 예산 집행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와 중기부는 올해 연말까지만 이차보전 지원 신청을 받고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신규 지원 신청을 받지 않는다. 올해 이차보전 지원을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남은 사업 잔액을 합쳐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김동아 의원은 "R&D 예산 삭감한 대통령의 뒤처리를 산업부와 중기부가 하고 있지만, 정작 담당 부처들조차 전체 규모에 대한 실태 파악도 없이 일단 정책을 시행하기에 급급하다"며 "지금이라도 R&D 삭감 피해기업에 대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해,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추가 발굴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