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반토막 냈던 모건스탠리가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다고 인정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조정한 보고서를 냈다.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렸다. 모건스탠ㄹ는 "인공지능(AI) 수혜 주로 주가가 뛰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단기적으로 틀렸다"고 밝혔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여전히 투자의견도 '비중 축소(Underweight)'를 유지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5일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 보고서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을 주장했다.
이 보고서를 본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충격에 빠졌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크게 하향했으며, 투자의견도 비중 축소로 두 단계 끌어내리면서 매도 의견을 냈다. 관련 보고서가 확산하자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6%대 급락했다.
모건스탠리가 한발 물러선 건 올 3분기 SK하이닉스가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액 17조원대,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로 올라선 성적표를 내놨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테이트드라이브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또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낸드 모두 평균 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라 사상 최대 영업익을 거뒀다"고 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가 HBM 등에서 성과를 내서 선전했지만, 범용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인 점, HBM 수요 증가율이 내년 이후에 둔화할 수 있는 점 등을 SK하이닉스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