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이랑 사진 찍을래"…중국·싱가포르 1020도 푹 빠졌다 [이슈+]

입력 2024-10-27 13:09
수정 2024-10-27 13:19

"도쿄 시부야에 있는 포토이즘에서도 '변우석 프레임' 찍을 수 있나요?"

지난 6월 한 해외거주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질문이 올라왔다. 해외에 설치돼 있는 한국 브랜드의 셀프 사진관(포토부스)에서 변우석이 담긴 사진 테두리를 이용해 촬영할 수 있냐는 물음이다. 변우석은 인기 드라마 tvN '선재 업고 튀어'의 주연으로, 한류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포토부스 앞에 서서 가이드라인에 맞춰 포즈를 취하면, 마치 해당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은 듯한 결과물이 나온다. 변우석 뿐만 아니라 다양한 K팝 스타들의 프레임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포토부스가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의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발표한 '중국 셀프 포토부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즉석 셀프 사진 업계 전체 매출액은 7097억위안(약 136조원)으로, 2021년 31억7000만위안(약 6065억원)에 비해 220배가량 폭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셀프 포토부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는 한국의 '인생네컷'이다. 또 다른 한국 브랜드인 '포토이즘'과 중국 현지 브랜드인 '저스트포토'(JUST.FOTO), '포토박스'(FOTOBOX)가 뒤를 이었다.

인생네컷의 인기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7월 기준 중국 SNS인 '샤오홍슈'에서 인생네컷 관련 게시물들은 총 8412만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웨이보에서도 인생네컷 키워드의 팔로워가 507만명에 이른다.



지난 8월 실제 싱가포르 등 해외 번화가에서도 한국어 간판이 달린 포토부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박모 씨(29)는 "한국의 아이돌 멤버들이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현지 20대들도 포토부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최근 1~2년 사이에 시내 주요 거리에서 한국식 포토부스가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생네컷은 해외 19개국에 진출해 230개 이상의 해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포토이즘도 일본,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배 급증했다. "IP 콘텐츠가 포토부스 인기 견인"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해외 포토부스 시장의 점유율을 국내 브랜드가 빠르게 확보한 데에는 K팝 아이돌 등 한류 콘텐츠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포토부스 문화를 'K-컬처'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는 평가다.

스티커 형태의 셀프 사진관은 본래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처음 유행했다.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셀카 앱이 유행을 이끌었고, 이후 스티커 사진의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그러다 2020년께 국내에 아날로그 열풍이 불며 성수동, 이태원, 가로수길 등을 중심으로 포토부스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DSLR 등 고성능 촬영 장비, QR코드 연계를 통한 손쉬운 파일 다운로드 등의 기능과 4000~8000원대의 저렴한 비용 덕에 포토부스는 한국 MZ세대의 '필수 놀이 코스'로 자리 잡게 됐다.

이어 K팝 아이돌들이 포토부스를 이용하고 이를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한국식 포토부스가 해외 팬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수요를 감지한 포토부스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과 함께 여러 K팝 아티스트와 협업한 프레임(사진 테두리)을 내놓으면서, 해외에서도 포토부스가 인기를 얻게된 것이다.

국내 한 포토부스 브랜드 관계자는 "셀프 사진 부스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며 "K팝 콘텐츠와 협업이 용이한 한국 브랜드의 포토부스에 대한 설치 문의가 아시아권 국가에서 꾸준하다"고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