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던지기 게임'에 척추뼈 3개 부러졌는데…男 "기억 안나"

입력 2024-10-25 10:15
수정 2024-10-25 10:24

남자친구가 이른바 '여자친구 던지기 내기'를 벌이며 자신을 수심 얕은 바다에 던져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방영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8일 20대 여성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경남 거제의 한 해수욕장을 찾았다. 당시 B씨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까지 총 4명이 해수욕장에서 술을 마시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당시 B씨는 "누가 더 여자친구 잘 던지는지 내기하자"라며 친구에게 내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A씨는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했지만, B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들어 바다로 던졌다.

이로 인해 A씨는 척추뼈 3개가 부러져 전치 14주의 부상을 입었다. A씨는 "(B씨가 나를 바다에) 던졌는데 등에 뭔가 팍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계속 '일어나 봐라'라고 하는데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등이 부서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당시 "어떻게 다쳤냐"라고 묻는 119구급대원에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 "넘어졌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A씨 측이 확인한 해수욕장 수심은 무릎까지도 물이 안 차는 얕은 깊이로, B씨가 허리 위 높이까지 자신을 들어 올린 후 바다를 향해 던졌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보호자가 필요한데 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B씨는 당시 간다고 답해놓고도 연락을 받지 않고 '잠수'했다. A씨는 수술 이후 6일 정도 지났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B씨와 친구 커플이 제주도에 놀러 가 찍은 사진을 보고 폭행치상 등으로 고소를 결심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B씨 등 3명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고, 결국 무혐의 불송치 결정이 났다. 다만 검찰의 보안 수사를 통해 이들은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는 사건 발생 후 10개월 만에 법정에서 대면하게 됐다. 법정에 선 남자친구는 "여자 친구가 만취해 기억이 왜곡된 거다"라며 "바다로 던진 사실 없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부상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는 점, 바닷물 깊이가 성인 무릎 높이란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심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반성은 커녕 연락을 끊은 후 거짓 진술에 비난까지 했다"라며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양측이 항소한 상태다. A씨는 "크게 다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 일을 못 하고, 평생 달리기도 할 수 없는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라며 "합의할 생각이 없고 전 남자 친구가 책임 회피한 부분에 처벌받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