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유출로 10명이 넘는 직원이 급성 중독된 사고로 국내 1호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기업인이 된 두성산업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해 물질을 두성산업에 공급한 회사 대표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창원지법 형사5부(김형훈 부장판사)는 25일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상)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 A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320시간을 명령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은 2022년 2~3월 유해 화학물질인 트라이클로로메테인(클로로폼) 급성 중독으로 직원 16명이 독성간염에 걸렸다. 이 사고로 A씨는 같은 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두성산업이 클로로폼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법 제2조 2호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사건 발생 전 이미 여러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음에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은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돼 급성간염이라는 상해를 입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다만 이 사건 공소 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A씨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며 다행히 간 수치가 정상 수치로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A씨 등 피고인들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해야 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며 "하나의 의무위반행위로 인해 동일한 법익을 침해한 수죄로 보아 두 죄가 각각 성립하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A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죄 상호 간을 상상적 경합으로 의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기각에 따라 1심에서 두성산업 법인에 내려진 벌금 2000만원 선고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두성산업과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면서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산업안전보건법 등)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대흥알앤티 대표 B씨에 대한 항소도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회사에 유해 물질이 든 세척제를 판매한 혐의(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유성케미칼 대표 C씨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29명에 이르고, 피해의 정도나 사안의 심각성을 경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다행히 피해자들 모두 건강이 회복됐고 피해자 중 일부와 합의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을 위해 공탁했다"며 C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