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배추에 이어 무, 오이, 마늘 등 김장 재료 가격이 동시에 뛰었다. 김장 물가 상승으로 김치를 사먹겠다는 ‘김포족’(김장포기족)이 늘면서 포장김치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무 도매가는 ㎏당 1178원으로 전주 대비 10.9%, 전월 대비 34.5%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6% 뛰었다. 가을 무는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데, 생육 기간인 8~9월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작황이 나빠진 탓이다. 여기에 지난주 전국에 비가 쏟아지면서 공급량이 더 줄었다. 오이도 ㎏당 2832원으로 한 달 전보다 9.1% 비싸졌다.
김장철 필수 재료인 배추값이 오르자 대체재인 무와 오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추 도매가는 전날 기준 ㎏당 1154원이다. 1주일 전보다 31.2%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가량 비싸다.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한 포기당 소매가도 전날 기준 7657원으로 평년(4912원) 대비 높다. 다만 충남 대산, 경북 문경 등에서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되면서 시세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김장에 들어가는 마늘도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마늘 도매가는 1년 전보다 10.2% 비싼 ㎏당 5169원이었다. 소매가도 ㎏당 1만488원으로 전년보다 6.4% 비싸졌다. 한 대형마트 농산물 바이어는 “다음달에는 가격이 10%가량 더 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장 재료값이 상승하자 포장김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아워홈에 따르면 포장김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같은 기간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1, 2위인 대상의 ‘종가 김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매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값이 오른 호박과 토마토는 다음달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호박은 지난 9월 추석 연휴 때부터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주산지인 충청도의 작황이 나빠졌다. 지난주에도 비가 잦아 도매가(㎏당 3082원)가 전주보다 51.4% 상승했다. 또 다른 바이어는 “토마토 역시 폭염의 영향으로 주산지인 남부 지역 작황이 불안정하다”며 “다음달까지 전반적인 채소 가격이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