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구만 무려 3억 7,70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인도 소비 흐름을 주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인도 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Z세대가 소비자 행동을 새로 정의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맞춤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스냅챗 운영사 스냅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Z세대는 이미 가계 소비의 43%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이들의 경제 기여 규모는 8,600억 달러(약 1,19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00억 달러(약 276조 원)는 이들이 직접 벌어들인 소득에서 나온 금액이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인도 Z세대의 약 36%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직접 소비 규모는 7,300억 달러(약 1,007조), 간접 소비를 포함한 총소비는 1조 4,000억 달러(약 1,932조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들 세대만을 위한 특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식이다. 특히 개인화, 저렴한 가격, 트렌드 민감도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게 특징이다.
아마존, 플립카트 등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은 Z세대만을 위한 쇼핑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 패션은 'Next Gen Store'를, 플립카트는 패션 플랫폼 '스포일'을 출시했다. 이 외에도 플립카트의 자회사인 민트라는 플랫폼 'Fwd'를 도입해 이들의 온라인 쇼핑 취향에 맞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마존 인디아의 패션·뷰티 디렉터 제바 칸은 "Z세대는 가성비를 중시하며 저렴한 옵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경향을 반영한 'Next Gen Store' 플랫폼 출시 이후 Z세대 고객이 세 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Z세대는 휴대전화를 스와이프하고 스크롤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브랜드 충성도보다 트렌드를 중시하며, 자주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접하는 만큼 이들의 특성에 맞춘 전략 수정은 필수가 됐다.
실제로 Z세대의 소비 패턴은 밀레니얼 세대와 다른 경향을 보인다. 민트라의 CEO 난디타 시나는 밀레니얼 고객의 구매 주기는 연간 5~6회지만, Z세대는 연간 8~9회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Z세대가 글로벌 트렌드에 보다 더 많이 노출되고, 신제품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웨어러블 브랜드 Noise의 공동 창립자인 가우라브 카트리는 "Z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인 브랜드를 빠르게 배제한다”며 우리는 이들과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브랜드 BoAt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아만 굽타는 “Z세대의 선호도가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들이 구매 시 중시하는 핵심 요소인 개인화, 저렴한 가격, 내구성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Z세대의 영향력은 패션을 넘어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다. BCG의 수석 파트너이자 상무이사인 니미샤 제인은 "이들은 브랜드보다 트렌드를 중요시한다"며, "기업들이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