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1위 기업인 롯데백화점이 국내외 쇼핑몰 사업에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한다. 신규 출점과 기존 점 리뉴얼을 통해 쇼핑몰 타임빌라스를 13개로 확대하고 현재 1% 수준인 쇼핑몰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롯데가 백화점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인 쇼핑몰로 대대적인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쇼핑몰 향후 20년 성장할 것”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사진)는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사업 전략을 밝혔다.
정 대표는 “경기 수원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인천 송도,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북 전주에 신규 쇼핑몰을 짓고 기존 아울렛인 전북 군산점, 광주 수완점, 동부산점, 경남 김해점 등 6개 점을 쇼핑몰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몰로 운영 중인 서울 은평점과 경기 수지점도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베트남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을 이을 쇼핑몰을 추가로 출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 매출을 연 6조6000억원, 해외까지 포함하면 7조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가 쇼핑몰 전환에 집중 투자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국은 여전히 백화점이 오프라인 유통의 주력이지만, 최근 롯데와 경쟁사 모두 5% 이하 저성장 중”이라며 “이에 비해 쇼핑몰은 향후 15년, 20년간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유통시장 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선 2000년대부터 쇼핑몰 매출이 백화점을 추월했다. 한국은 아직 백화점 매출 비중이 월등하지만, 쇼핑몰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백화점 연평균 성장률은 2%에 그치는 데 비해 쇼핑몰은 1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을 통해 쇼핑몰 사업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2021년 이후 매년 약 1000억원씩 매출이 급증해 올해는 6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 등의 브랜드가 1호 플래그십 매장을 내고,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입점해 월 10억원씩 판매하는 것을 보고 쇼핑몰이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룹 역량 집중…지역 랜드마크로단순 상품 구매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백화점이라는 공간보다는 쇼핑몰을 선호하는 점도 고려했다. 정 대표는 “고객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서의 쇼핑몰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향후 2~3년간 대형 쇼핑몰 출점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롯데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는 2027년 인천 청라점, 경남 창원점과 2029년 경기 화성 스타베이시티, 2030년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에 출점한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규모가 작은 커넥트현대 청주, 2027년 더현대광주와 부산 에코델타시티점 신설을 계획 중이다.
정 대표는 “타임빌라스에 롯데그룹의 패션, 식음료(F&B), 엔터테인먼트, 업무 등 모든 콘텐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라며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아름다운 외관의 지역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